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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하여 고위층들이 대표뒤에서 험담하는 모습은 볼품이 없었다. “어떻게 감히!우리 아씨 유가네 유일한 따님인데!머리에 물찬거 아니예요?!” 조수석에 앉아있던 대표비서 임주승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아씨는 무슨.옛날 시대도 아니고.난 상관없는데 네가 왜 더 난리야.” 유민서는 웃으면서 여린손으로 앞에 앉은 임주승의 얼굴을 쓰다듬었고 임주승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 “민서야,너 미래 기성그룹 대표될 사람이야.좀 대표답게 행동도 조심해.자꾸 주승이 만지지 말고.” 유진성은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왜?남자대표가 여비서 만지는건 괜찮고 여자대표가 남자비서 얼굴 만지는건 안돼?” 유민서는 혀를 내차면서 말했다. “내가 만지는거 얘도 좋아해!” 유진성이 머리를 저었는데 미간사이로 사람이 가득해서는 다정하게 웃었다. ...... 여러 고위층들은 유가네 남매를 에워싸고 호텔로 들어선다. 고부대표는 두사람을 VIP전용 엘리베티어쪽으로 모시려는데 유민서가 가볍게 한마디 던졌다. “저 먼저 식당쪽 가보고 싶어요.” 그래!들어서자마자 예의상 하는말은 하나도 없이 바로 시찰하시겠다 이거지! 고부대표는 순순히 대표를 모시고 뷔페식당으로 모셨다. 우진성은 말 한마디 없었지만 극도로 존재감이 강한 “투명인간” 같았고 동생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이때는 아직 점심시간이 되지 않아 식당에 사람이 하나도 없었지만 직원들은 이미 하나둘 음식을 주방에서 들이기 시작했다. 유민서는 예리한 눈빛으로 메뉴를 들여다 보더니 해산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팔을 걷어올려 그녀가 팔을 유리박스 안으로 넣는데 수백마리 새우중에서도 정확히 죽은 새우 한마리를 집어냈다. “설명해봐요.” “이,이거 안죽었을건데......”고부대표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안죽은거면 부대표님 한번 드셔보실래요?”유민서가 웃으면서 말했다. “유,유대표님.보시다싶이 새우가 많아서 숨막혀 죽는게 정상이죠......” “새우가 죽는건 정상이고 그걸 먹고 식물중독 걸린 고객이 생기는건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유민서는 순간 모든 웃음기를 거뒀다. “그리고 여기 유리박스안에 모두356마리 새우가 있는데 제가 한눈에 봐도 죽은 새우가 다섯마리에 시들시들한 새우가 적어도 30마리는 되어 보이는데요.일인당 5만원짜리 뷔페를 먹다가 이런걸 먹게 되는 손님들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라면 이 호텔에 다시는 안올거 같아요!” “해산물쪽에 있는 식자재들 당장 처리하고 다른 업체로 바꿔요.내일 점심에 죽은 새우 한마리라도 있으면 제가 부대표님한테 맛보게 할거예요.” 고부대표는 놀라서 다리가 후들거렸고 다른 고위층 직원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자리에 있던 유진성과 임주승만 아는게 있다.그건 바로 그집 아가씨는 한번 보면 똑똑히 기억하는 능력이 있어 어릴때도 그 눈으로 경찰을 도와 여러 중대한 형사사건들을 해결했던적도 있었다. 고작 새우 몇마리 가지고는 식은 죽먹기다. 객실쪽으로 간후 유민서는 임주승한테서 하얀 손수건을 가져와서 벽과 그림액자를 살며시 닦아낸다. “여기 먼지 보이시죠.다시 닦으세요.” 고위층 직원들은 불평이 가득했다. “지금 저 이렇게 작은걸로 트집잡는다고 속으로 욕하고 계시죠?” 유민서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고 말투도 유난히 단호했다. “아무리 오래된 호텔도 이런 디테일에서 탈락될수 있어요.이렇게 되면 문화체육관광부 기준에 의해 호텔성급이 하락하게 된단 말이예요!” 그녀는 임주승한테 눈치를 주었고 임주승도 눈치를 받아들여서는 명령했다. “여기 있는 이방 문 여세요.” 객실부 담당자가 부들부들 떨면서 문을 열었다.전에 위에서 감사 내려왔을때도 그들은 방 두개정도 비어내서는 보여주기식으로 윗사람들한테 보이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에 온 이 유대표는 전혀 전에 왔던 사람들하고는 달랐다! 유민서가 객실로 들어서더니 먼저 욕실을 들여다 보고는 또 방으로 들어서 침대에 앉아보고는 했다. 순간 그녀는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하지만 끝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로 시찰을 끝내고 큰오빠하고 대표사무실로 들어갔다. “한번 쭉 둘러보니 어때?” 유진성이 웃으면서 물었다. “너무 형편없이 더러워!” 유민서는 힘이 빠져서 쏘파에 주저 앉았고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아빠 지금 나 시험하는거야 뭐야?이 호텔 진짜 너무 엉망진창이잖아!이게 우리 집안에서 이뤄낸 사업맞아?” “민서야,여기 할아버지가 만드신거야.우리 집안도 처음에 호텔사업부터 하나둘씩 마음다해 시작하다보니 지금의 기성재단이 만들어진거야.그러니까 이 호텔은 엉망투성이가 아니라 유씨가문 삼대가 거쳐온 의미있는 곳이야.근데 지금은 우리가 하고있는 사업도 많고 거기다 호텔사업이 최근따라 상황도 좋지 않은데다가 오빠들도 각자 하는일이 있다보니 그래서......관리가 소홀했던거 같아.” 유진성은 한숨을 내쉬면서 자책했다. “내동생,앞으로 고생 좀 해.” 이때서야 유민서는 구석에 검정색 피아노가 놓여진걸 발견했다. 순간 숨이 막혔다. “이 피아노는 내가 사람 시켜서 놓아달라고 했어.너 전에도 기분 안좋을때면 피아노 치지 않으면 마장쪽 가서 말타고 그랬었잖아.” 유진성이 따뜻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아마 두달동안은 바쁠거야.말타는건 좀 그렇고 힘들면 연주나 해.너 피아노 잘 쳤던걸로 기억하는데.......” “고마워 오빠.근데 나 피아노 안친지 오래됐어.” 유민서는 목이 시큰거렸다.마음속 깊이 남았던 상처가 다시 돋아나는것 같았고 너무 아팠다. “왜?” 유진성이 놀랐다. “나 국경없는 의사로 일하면서 전선에서 다친 사람들 구하다가 손을 다쳤거든.새끼손가락 인대가 끊어졌는데 완전히 끊어진건 아니지만 연주할때 높은 음을 넘나드는건 못하게 됐으니까 못쓰는것과 다름없어.그래서 뭐......안해.” 유민서는 최대한 담담한 말투로 얘기했다. 유진성은 마음이 아파서 동생의 가녀린 손을 잡았다. “혹시......심경준때문에 다친거야?” “그렇다고 할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수도 있고.” 유민서는 그 이름을 듣자 마음이 다시 아파났지만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띠었다. “난 세계평화를 위해 다친거야.충분히 자랑스러워 할 일이거든.” 5년전,그녀는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심경준과 다시 만났는데 카자흐스탄 국경지역 전선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전선에 있는 의사였고 남자는 평화유지군 군인이였다. 남자는 평화를 위해 싸웠고 그녀는 다친 남자를 안전구역으로 데려가다가 하마터면 한쪽손이 병신될뻔 했다. 그녀가 전에는 영광으로 여겼지만 지금 그녀는 감각이 사라진 새끼손가락을 보면 마음이 칼로 베이는듯이 아팠다. 하지만 다 지난 일이다.그녀 유민서는 절대 울면서 후회같은거 하지 않는다. 임주승이 노크하고 다급히 들어온다. “아가씨,부탁하신거 알아봤어요.저희 호텔에서 쓰는 침구와 부분 가구들은 전부 하이브가구쪽에서 공급하고 있는데 고부대표님이 그부분 담당하고 계셨어요!” “허허,하이브였어.” 유민서는 다리를 꼬더니 맑은 눈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재무팀한테 최근 2년동안 호텔거래기록 전부 다 가져오라고 해.그리고 당장 새 공급업체 알아보고 하이브 전면 교체시켜!” “이렇게까지 판을 벌려?”유진성은 눈썹을 찌푸렸다. “하이브가구는 심경준이 만든 회사잖아.” “공적인 일로 사적인 울분을 풀겠다는거네.”유진성과 임주승이 동시에 말했다. “아니거든!하이브에서 우리 기성월드한테 불량품을 낮은 가격에 팔아 넘겼으니까 벌주는거야!” 유민서는 삐쳐서 말했다. 그녀는 딱딱한 매트만 생각하면 화가 났다.손님들이 불편하게 지내면 호텔에 대한 인상도 나빠지기 마련인데 그래서였는지 후기가 별로라는 글들이 많았었다! “맞다!그리고......” 임주승이 말을 잇는다. “대표님이 저한테 심진쪽 지켜보시라고 하신거 있잖아요.제가 방금 소식 들었는데 심가네 어르신이 중풍 발작해서 입원했다 하더라고요.근데 그 입원한 병원이 우리쪽 병원이예요!” “할아버님이 입원했다고?!”유민서는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조급해 했다. 이때 유진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고개숙여 핸드폰 화면을 보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민서야,네 전남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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