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1장
화면은 깜깜해졌지만 분노에 차있던 그의 두 눈빛이 아직도 눈 앞에 선했다.
쓰레기같은 자식이, 감히 이혼서류를 들먹이면서 협박을 해!
“서아 씨, 미안해요.”
허여찬이 빨개진 코를 훌쩍이며 불안감이 엄습했는지 먼저 입을 열었다.
“다 제 탓이에요. 입이 방정인 바람에, 알려주면 안 됐었는데......”
“대표님 탓 아닙니다.”
강서진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주먹을 부러질 정도로 움켜쥐었다.
“다 심경훈 저 자식 때문이죠! 내가 하루라도 잘 사는 꼴을 못 봐주겠는거예요!”
늘상 황태자마냥 오만하기 그지없던, 방탕하게 굴던 여자들도 꼼짝 못하게 만들던 천하의 허여찬에게도 이런 날이 온다.
웬 여자의 고함 한번에 주눅이 들어 당황하는 날이 말이다.
콰르릉—
번개소리다. 곧 비가 올 모양이다.
“저흰 들어가요. 신경 쓰지 말고요.”
강서진이 씩씩거리며 휙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던 허여찬에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어라? 방금 자신이 한 말이며 행동이며......설마 이게 여우짓이라는걸까?!
......
얼마 지나지도 않아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강서진과 허여찬 두 사람은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통창 창가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중이다.
“정말이지 전엔 제가 대표님께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것 같아요. 이렇게 재밌는 분이신줄도 모르고 말이에요. 아,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따뜻하시기도 하고요.”
강서진이 차 한 모금을 홀짝 들이키며 말했다.
“서, 서아 씨......제가 따뜻하다고요? 잘못 들은건 아니겠죠?!”
감동이 밀물처럼 쓸려오는 허여찬이다.
“너무 감동이네요. 한 평생 기억했다가 묘비에까지 새겨둬야겠어요!”
“그만하세요. 느끼해 보일라.”
강서진이 보드랍고 윤기 도는 입술을 끌어올리며 웃어보였다.
“만약에 말이에요. 경훈이랑 결혼하기 전에 날 먼저 만났었다면......좋아했을것 같아요? 나한테도 기회 줬을거예요?”
분위기를 탄 허여찬은 그 참에 살짝 속마음을 내비쳤고 몸을 강서진 쪽으로 천천히 기울여갔다.
그닥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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