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장

말을 마친 그는 실언한 것을 깨닫고 황급히 얼굴을 퉤퉤하더니 입을 내려쳤다. 심경훈의 눈빛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어두운 밤보다도 더 어두운 눈에는 환한 강씨 가문이 비쳤다. 언뜻 안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심장이 겨울날의 호수에 빠진 듯 시린 한기가 온몸을 파고들었다. 백서아는 강주원의 여자 친구로서 강씨 가문에서 꽤 환영을 받는 듯햇다. 처음에는 강성 그룹의 인간관계가 복잡하다고만 생각했었다. 그 강만길은 이미 사별한 부인 말고 세 명의 부인이 더 있었다. 비록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강씨 가문을 위해 대를 이어주었으니, 명분은 없어도 실은 있었다. 백서아가 강씨 가문에 들어가려면 그 세 명의 부인은 마치 세 채의 산일 테니 분명 험난한 취급을 받을 테니 알아서 물러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강주원의 가족과 이렇게 화목하게 지내다니, 웃음소리가 이렇게 먼 곳에 있는 자신에게까지 들리고 있었다! 강씨 가문 사람들은 대체 그녀를 얼마나 좋아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심경훈의 안색이 점차 하얗게 질리며 굳어갔다. 심장에 전에 없던 고통이 가득 차며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담배 있어? 한 대줘.” …… “강 회장! 저 돌아왔어요!” 강서진은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다. “왜 이렇게 늦은 거냐? 뱃가죽이 등에 붙는 줄 알았네!” 강만길은 잔소리하며 강우원과 함께 다가갔다. “어머나, 힘준 것 좀 봐, 왜 이렇게 꾸몄어요? 강씨 가문 다른 남자들은 어떡하라고?” 강서진은 짓궂게 자신의 아버지를 흘깃 쳐다봤다. 오늘 밤 강 회장은 정장 조끼에 흰 셔츠를 입고 있었고 옷깃에는 회중시계의 얇은 금 체인이 걸려 있었다. 거기에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지한 이목구비에 잘생긴 얼굴까지 더해지자, 개화기 시대 드라마 속의 부잣집 영감님 같은 포스가 느껴졌다. “힘을 줘? 내가 그럴 필요가 있나?” 강만길은 눈썹을 들썩였다. “내가 아무렇게나 걸쳐도 영화 한 편 뚝딱이지. 30년 전이었으면 달력에 사진이 실려서 수많은 여자의 참배를 받았을 사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