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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장

가라앉은 눈으로 건네받은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그날 밤 남자와의 싸움을 기억하고 있었다. 남자의 실력은 자신과 비슷했다. 게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눈매가 익숙한 것이 분명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심경훈도 사관학교를 다닌 터라 정찰력과 관찰력이 몹시 강했다. 그는 손으로 학생들의 얼굴을 일일이 가리며 기억 속의 모습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별안간 심경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형형한 눈빛에 한현이는 깜짝 놀랐다. “대표님, 뭔가 발견하신 거예요?” “이 사람… 이었어?” 사진 속의 남자는 번듯한 군장 차림에 날카로운 눈매를 하고 있었고 훤칠하고 잘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단의 이름에는 백효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백서아… 백효원… 어쩐지 막내라고 하더라니… 그래서였군!” 이 백효원에 대한 기억은 몹시 강렬했다. 사관학교에 다닐 당시 두 사람은 막상막하의 존재였다. 학교에서 그와 겨룰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백효원뿐이었다. 나중에 졸업을 하면서 각자 갈 길로 떠나게 되었고 백효원도 그 뒤로 소식을 알 수 없었다. 심경훈은 두 눈을 반짝였다. 범인의 정체를 알게 된 것에 대한 기쁨보다는 백서아의 출신에 대한 비밀이 점차 밝혀지는 것에 대한 흥분이 더 컸다. 하지만 백효원에 대해 그는 아는 것이 없었다. 왜냐하면 사관 학교는 학도들의 모든 자료에 대해 높은 보안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어쨌든 이 사람은 뭔 이상한 남자가 아니라 그녀의 오빠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드디어 마음이 조금 놓였다. 바로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서둘러 다가가 문을 연 한현이는 이내 놀라 굳었다. “안녕하세요, 한 비서님.” 임지섭은 입구에서 비싼 위문품을 든 채 젠틀한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의 명을 받아 심 대표님의 병문안을 왔습니다. 심 대표님께서는 깨어나셨을까요?” “들어오시죠.” 심경훈이 차갑게 대꾸하자 한현이는 입술만 삐죽이며 임지섭에게 길을 양보했다. 뚜벅뚜벅 안으로 들어온 임지섭은 물건을 무심하게 테이블에 노려놓은 뒤 가식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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