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장

‘미친! 허여찬! 어디 아픈 거 아니지?’ 강서진은 속으로 비명을 지르다 헛웃음을 흘렸다. “허여찬 씨, 오늘따라 농담이… 참 진담 같네요.” “전 농담이 아니에요. 서아 씨, 전 진심이에요.” 허여찬은 순간 감정이 북받쳐 뜨거운 손으로 강서진의 어깨를 잡으려 했지만 예민하게 알아챈 강서진이 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피했다. “허여찬 씨, 제 기억이 맞는다면 오늘 낮에 할 말 다 전한 것 같은데요. 꼭 제가 말을 아주 적나라하게 상처가 되게 해야 알아들으시겠어요?” “알아요, 절 거절한 거.” 허여찬은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보다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지금 당신이 강주원과 만난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당신이 고개만 돌리면 제가 등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말은 해주고 싶어요. 전 서아 씨가 저 물고기 취급해도 좋아요. 세컨드도 상관없어요!” 강서진은 어이가 없었다. ‘세컨드는 무슨! 내가 무슨 강 회장도 아니고!’ 하지만 허여찬의 눈은 참 예쁘게 생겼다. 특히 지금처럼 작게 감정이 일렁이고 있으니 매혹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어쩐지 감정에서 지는 법이 없다 싶었다. 다만 아쉽게도 강서진은 그런 눈에 완전히 면역이 있었다. 그에 비해 그녀는 아직도 심경훈의 눈이 더 좋았다. 심장이 떨릴 정도로 아름다운 그 눈은 무정해서 더 좋았다. “참, 서아 씨. 아까 경훈이를 습격한 남자는 도대체 누구예요? 잘 아는 사이에요?” 허여찬이 긴장하며 물었다. “사모님!” 그리고 강서진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환자복을 입은 한현이가 두 사람에게로 다가왔다. “왜 벌써 움직이는 거예요?” 강서진은 허여찬을 지나쳐 한현이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비록 중상은 아니어도 쓰러질 때 경미한 뇌진탕이 와서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좀 더 쉬어야 해요.” “사모님… 사모님께서 대표님을 구해주신 겁니까?” 한현이가 감격에 겨워 물었다. “난…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강서진의 목소리는 답답하게 울렸다. 죄책감이 차올랐다. “그럴 줄 알았어요… 사모님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