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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장

“나 안 취했어, 누굴 무시하는 거야.” “난 네가 어디 치한한테 당할까 봐 걱정해 주는 거잖아!” 허여찬은 미간을 찌푸리며 버럭 짜증을 냈다. “다들 너 같은 줄 알아? 그렇게 짐승이게?” 심경훈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입꼬리를 올린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차로 향했다. …… 마이바흐가 아무도 없는 길 위를 질주했다. “대표님, 기자회견이 종료되었습니다만 셋째 아가씨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전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이미 만경 그룹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현이는 운전을 하며 걱정스레 보고했다. “영향이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큽니다….” “우리 만경 그룹?” 심경훈은 시선을 내리깐 채 알 수 없는 눈빛을 했다. “그래, 문제가 생겨 어쩔 수 없이 내가 처리를 해 줘야 할 때에만 그 사람들은 ‘우리’ 만경 그룹이라 그러지.” 그는 단 한 번도 심씨 가문을 자신의 집이라고 여긴 적 없었다. 심씨 가문에서 할아버지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그를 심씨 가문의 사람으로 여긴 적이 없었다. 친아버지인 심광섭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오늘 밤은 심이슬을 제물로 그들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도록 하지.’ 감히 자신을 도구 취급하고 자신의 아내를 때리려 하다니. 지금 심이슬이 감당하고 있는 것들만으로는 아직 벌이 약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신의 아내… 심경훈은 자신의 너무나도 적나라한 생각에 심장이 저도 모르게 덜컹거리며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 계략적이고 도무지 쫓아낼 수도 없는 여자는 오늘 허여찬과 연기까지 하면서 자신의 앞에서 다정한 척한 건 자신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서인 걸까, 아니면 자신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서였던 걸까? 심경훈은 답답함에 넥타이를 끌었다. 마음속에 타오르는 불이 점점 더 커져만 갔다. “현이야, 앞에서 세워.” “네? 알겠습니다.” 한현이는 서둘러 마이바흐를 길가에 세웠다. 바로 옆은 도심 공원이었다. “대표님, 어디 불편하신가요? 봉투라도 준비해 드릴까요?” 한현이는 그가 속이 안 좋은 줄 알고 다정하게 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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