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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장

...... 강서진은 바람 같은 속도로 빠르게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백서아 씨, 백서아 씨, 서아야!” 쏜살같이 쫓아온 허여찬이 그녀의 얇은 손목을 덥석 잡았다. 별안간 등을 돌린 그녀는 물기 어린 눈으로 거리감을 두며 그를 쳐다봤다. “이거 놔요.” “왜 그래요? 경훈이 때문이에요?” 허여찬은 목구멍이 바싹 조여지는 것 같아 죄책감 어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경훈이가 여기에 올 줄은 몰랐어요. 알았다면 절대로 데려오지 않았을 거예요.” 강서진은 심경훈이 자신에게 건네주던 상자가 떠올라 심장이 다시 저릿하게 아파졌다. ‘보상? 누가 바라기나 한대?’ “이거 돌려줄게요.” 강서진은 고개를 숙여 하얀 목에서 그 목걸이를 벗어 허여찬에게 건넸다. “뭐가 됐든 선물 고마워요. 근데 죄송하지만 전 받을 수 없어요.” 허여찬은 순간 놀라 얼어붙었다. “날 이용한 거예요?” “죄송해요.” 강서진의 두 눈매가 어두워졌다. 분명 이용을 당했음에도 허여찬은 조금도 화가 나지 않았다. 되레 그녀가 조금 가련하게 느껴졌다. 시린 통증이 지난 자리에는 실망감만 남았다. 그의 눈에는 백서아가 아직 심경훈에게 마음이 남아있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아직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고 가라앉히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비록 얼마가 걸릴지는 몰라도 그는 기다려주고 싶었다. “괜찮아요. 상관없어요 경훈이의 선물도 안 받았잖아. 그러니까 나름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허여찬은 호탕하게 손을 내저으며 목걸이를 손에 넣은 뒤 꾹 쥐었다. “허여찬 씨,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심경훈보다 책임감 있고, 좀 더 통달했고요. 겉보기엔 건들거려 보이지만 사실은 세심하고 사람을 아낄 줄도 알죠. 허여찬 씨에게는 더 좋은 여자가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 귀한 시간은 미래의 당신에게 더 가치 있는 사람에게 써요.” 강서진은 여전히 죄책감이 남아 있어 그를 향한 태도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더 낫고, 더 가치 있는 사람은 이미 나타났어요. 손 닿지 않을 만큼 멀지만 바로 코 앞에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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