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고준석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네. 앞으로 이럴 거면 나한테 부탁하지 마. 나쁜 사람을 연기하는 것도 짜증 나는데 너한테 이런 취급당하는 건 더 짜증 나.”
진수혁이 혀를 끌끌 찼다.
“그래. 어차피 너한테 기대하지도 않았어.”
만약 진수혁과 친하지 않았다면 당장 뺨을 후려갈기고 내쫓을 것이다.
“얼른 네 부하들을 데리고 내려가.”
진수혁은 혼자 울먹이고 있을 서지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올라오지 못하게 해.”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었어. 별걱정을 다 하네.”
고준석이 입을 삐죽 내밀더니 말을 이었다.
“적당한 선에서 잘 정리해. 아까 보니까 겁먹은 것 같았단 말이야.”
진수혁이 째려보자 고준석이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
“네 마음대로 해.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 하겠어. 갈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고준석은 보디가드와 함께 회의실을 나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진수혁은 천천히 일어나서 서지수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서지수는 온몸을 덜덜 떨었고 입을 막고 있는 테이프 때문에 말할 수 없었다.
보디가드가 눈을 막아놓아서 앞이 보이지 않았기에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에 심장이 거칠게 뛰었고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진수혁은 겁에 질린 서지수를 보면서 마음 아팠지만 허락 없이 반지를 팔려고 했던 걸 생각하면 화가 솟구쳐 올랐다.
진수혁은 서지수의 얼굴을 어루만졌고 사냥감을 쳐다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읍!”
서지수는 상대의 손길을 피하려고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얼마 후, 눈을 가린 수건 아래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진수혁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휴대폰에 설치한 앱에 무언가 적어넣었다. 변조된 남자의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
“여자의 눈물은 남자를 흥분하게 한다는 걸 몰라? 나를 자극하고 싶어서 일부러 우는 건가?”
서지수는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상대가 고준석이 말한 손님인지 아닌지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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