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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장

단정우가 고개를 들었다. 강하나는 흰 니트와 연한 하늘색 롱스커트를 입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검은 머리, 단정하고 고요한 분위기.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그는 입을 열었다. “어제 제 행동이 너무 경솔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혹시 제 사과를 받아줄 수 있어요?” 강하나는 원래 남의 잘못을 오래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단정우가 한 말이 그녀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고 그동안 쌓였던 호감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제 마음은 멀어졌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예의를 지켰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까 잊어버렸어요. 사과까지 받을 일은 아니에요.” 강하나는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정우 씨, 제 휴대폰은 가져왔어요?” 그녀의 말투가 전보다 훨씬 차가워진 것을 느꼈는지 단정우는 얇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조심스럽게 하얀 천에 싸인 휴대폰을 꺼내 건넸다. 강하나의 휴대폰은 깔끔하게 닦여 있었고 화면이 은은하게 빛날 정도로 반짝였다. 분명 일부러 닦아 놓은 게 분명했다. 강하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하얀 천을 다시 그에게 돌려주었다. “고마워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출발하죠. 이 대표님과 장 작가님이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원래는 집에서 시나리오 회의를 하려고 했는데 아침에 이재혁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 그녀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거절할 수 없는 자리였다. 어차피 이재혁은 이번 영화의 투자자이기도 했으니 감독, 작가, 투자자, 배우 후보까지 함께하는 미팅이라 생각하면 딱 맞았다. 호텔로 가는 길에 강하나는 단정우와 굳이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었다. 그냥 차 안의 공기처럼 무시한 채 휴대폰을 확인하며 밀린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를 정리했다. 그러다가 ‘박정재’라는 이름을 보고 잠시 망설였다. 이내 그녀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어젯밤에 전화하셨어요?”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정적이 흘렀다가 곧바로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너 지헌이랑 싸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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