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송진하는 직접 운전해 추나연을 추씨 가문에 바래다주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추나연은 추씨 가문 옆집 별장에 사람들이 오가며 가구들을 옮기는 것이 보였다. 가장 많은 것은 의료기구들이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문 앞에 있는 간호 차량이었다.
그것을 흘깃 쳐다본 송진하가 입을 열었다.
“제경시의 곽씨 가문이 진짜로 곽열매를 강성으로 보냈네!”
“곽열매?”
추나연이 드물게 흥미를 보이자 송진하가 얼른 설명했다.
“곽씨 가문 외동아들인 곽운경인데 9월에 태어나서 곽씨 가문 사람들은 열매라고 불러.”
“예전만 해도 아주 뛰어나서 우리 세대에서는 손에 꼽히는 사람이었어.”
“아쉽게 됐지, 잘나면 하늘이 일찍 데려간다잖아!”
송진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흥미진진하게 말했다.
“반년 전에 곽열매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 일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렸어.”
“곽씨 가문에서는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했는데 의사가 낸 결론은 식물인간이고 코마 상태라서 손 쓸 수가 없다는 거였지.”
말을 마친 그가 다시 물었다.
“곽열매 혹시 우리 엄마랑 똑같이 혼을 잃어버린 거 아니야?”
“아니요. 명이 얼마 남지 않아서 못 구해요.”
“….”
송진하는 입을 다물었다. 지금 그에게 있어 추나연은 이미 법사급의 존재라 추나연이 구할 수 없다고 한다면 정말로 구할 수 없는 것이었다.
송진하는 곽열매의 별장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추나연과 함께 추씨 가문 집 안으로 들어갔다.
추씨 가문은 송선아를 제외하고 전부 일을 하러 나갔다.
송진하는 공손하게 추나연을 집안까지 바래다준 뒤 송선아에게 안부를 전하고 나서야 떠났다.
송선아는 그 광경에 속으로 깜짝 놀랐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그러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에 추나연이 했던 말이 떠올랐던 그녀는 죄책감에 딸과 관계를 개선하려고 했다.
“나연아, 이리와서 나 좀 도와주지 않을래? 지금 네 큰 오빠 선 대상을 고르고 있거든.”
추기한 이야기가 나오자 추나연은 이내 다가갔다.
추기한은 이 집에서 그녀에게 가장 큰 선의를 보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어젯밤 물에 빠졌을 때도 그가 자신을 구해줬었다.
송선아는 들고 있던 사진 수십장을 펼쳐놓으며 일일이 소개했다.
“이건 양진 그룹의 아가씨야. 네 오빠랑 비슷한 또래에 유학파야. 예쁜 데다 학력도 높지.”
“이건 하씨 가문의 작은 딸로, 네 오빠보다 7, 8살은 더 어린데 성격이 활발해서 무뚝뚝한 네 오빠랑 잘 맞을 거야.”
“….”
“이… 구가영은 성화랑 안수영의 친한 친구야. 안수영이 남씨 가문 도련님이랑 약혼했을 때 구가영이 왔었는데 그 뒤로 친구가 됐어.”
“비록 집안 출신이 좋은 건 아닌데 능력은 뛰어나. 남씨 가문 도련님 옆에서 오랫동안 비서 일을 했는데 남씨 가문 사모님도 나한테 이 아가씨 얘기를 한 적이 있어.”
“성화도 얘를 아주 좋아하고, 엄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넌 어때?”
송선아는 조금 기대 어린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추나연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구가영을 좋아하길 바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람은 어쩌면 미래의 추씨 가문 며느리이자 추나연의 새언니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추나연은 테이블 위의 사진을 쳐다봤다.
“큰오빠는 이 사람과 연이 없어요.”
“….”
송선아는 순간 멈칫했다.
“감정은 지내다 보면 쌓이는 거지. 자주 만나다 보면 인연도 생기고.”
추나연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인연이 없으면 없는 거예요. 아무리 지내봐도 소용없어요.”
“….”
송선아는 속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이 딸과 잘 지내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딸의 성격이 정말이지 너무나도 이상했다.
전에는 성격이 있어서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시끄럽고 소란을 피웠었다.
지금은 비록 소란은 안 피웠지만 성격은 점점 더 이상해졌다.
“이 여자애는….”
추나연은 구가영이 왜 어울리지 않는지 얘기를 하려 했지만 송선아는 곧바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
“됐다, 됐어. 한참을 밖에 있다 들어왔으니 피곤하겠지. 얼른 가서 쉬렴!”
“….”
추나연은 입을 꾹 다문 뒤 위층으로 올라갔다.
계단 입구 쪽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얘기했다.
“그 여자, 추기한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말을 마친 그녀는 송선아의 표정은 신경도 쓰지 않은 듯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
지난번 방송 이후로 추나연은 팬이 늘기는커녕 꽤 많이 줄었다.
오직 천 명 정도의 팬만 방송에 들어와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방송을 켜자마자 송강수가 곧바로 선물들을 보냈다.
[강강수월래가 항공모함 한 척을 선물했습니다.]
[강강수월래가 항공모함 한 척을 선물했습니다.]
……
추나연이 방송하는 플랫폼에서 가장 비싼 선물이 바로 항공모함이었다.
매번 이 선물을 받게 되면 추천을 받게 되었다.
[진하지례가 항공모함 한 척을 선물했습니다.]
[진하지례가 항공모함 한 척을 선물했습니다.]
……
겨우 랭킹 1위에 올랐던 강강수월래는 이내 진하지례에게 밀려 내려갔다.
그 시각, 다른 인터넷 방송에서는 전부 난리가 났다.
대체 무슨 방송이길래, 랭킹 줄 세우기 때도 이렇게 선물하는 기세는 본 적이 없었다.
방금 선물한 것만 해도 족히 4억은 될 법했다.
플랫폼의 시청자들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강성 2세 단톡방도 시끌벅적해졌다.
안수영:[@송진하,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추나연에게 선물을 하는 건 쟤 인기를 올려주는 꼴밖에 더 돼? 지금 쟤 방송을 봐봐, 순식간에 시청자가 만 명이 넘었잖아.]
양요진:[@송진하, 내가 궁금한 건, 저 강강수월래는 누구야? 설마 내가 생각한 그 사람은 아니지?]
안수영:[누군데?]
양요진:[할 말이 많지만 할 수가 없다.jpg]
유찬성:[자현 아주머니 오늘 깨어났다던데. 우리 엄마가 병문안갔을 때 아주머니가 추나연을 그렇게 칭찬을 했대.]
안수영:[롸.jpg]
양요진:[롸.jpg]
유찬성:[롸.jpg]
선물을 전부 다 쏘고 온 송진하는 드디어 단톡방으로 돌아왔다.
송진하:[오늘부터, 추나연은 이 송진하가 지킨다.]
그 메시지는 빠르게 삭제됐다.
송진하:[오늘부터 나 송진하는 추나연의 보호를 받는다. 추나연이 누님이고 나는 동생이야. 누가 감히 우리 누님 괴롭히면 이 송진하와 척을 지는 거라고 여기지.]
안수영:[너 어디 아파? 병원은 가 봤어? 정신과 전문의 소개해 줘?]
양요진:[@송진하, 계정 해킹당한 거면 당근 흔들어.]
유찬성:[@송진하, 강강수월래가 내가 생각하는 그 분이야?]
송진하:[얼간이들.jpg]
송진하:[여기서 너희들이랑 얘기를 할 바엔 우리 형님 방송가서 이야기나 들을란다.]
추나연의 방송은 이미 시작됐다.
그녀는 BJ 명을 추운관일로 바꾸었다.
방송 제목은 당신의 이야기로 지었다.
“오늘 방송할 주제는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 시청자 연결도 괜찮으신 분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추나연의 방송은 몇억 단위의 선물이 쏟아졌던 탓에 적지 않은 다른 방송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일부 BJ들까지 찾아와 도대체 어떤 방송이길래 이렇게 돈을 잘 버는지 구경하러 왔다.
그러다 이야기를 하는 방송이라는 말에 적지 않은 BJ는 순식간에 깨달았다.
이건 그저 재벌 집 아가씨가 심심해서 서민 생활 체험하러 온 게 분명했다.
대부분의 인기 BJ들은 별 흥미를 못 느껴 그대로 떠났다.
콩고물로 인기를 얻으려는 작은 BJ들만 여전히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