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장
병원.
위병을 달고 살던 추나연은 하루 종일 배를 굶은 탓에 결국 급성 위장염에 걸리고 만다.
링거에 약까지 맞고 나니 어느덧 밤 열한시를 훌쩍 넘긴 시간.
조심조심 병실 문을 닫고 나온 추기한은 뒤돌자마자 추성화에게 걱정스레 말하는 송선아를 보게 된다.
“성화야, 열한시 넘었는데 피부 다 망가지겠어! 얼른 가서 푹 쉬어!”
추성화가 견결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엄마, 난 나연이 깰 때까지 기다릴게.”
“오빠! 나연이 깼어?”
추기한이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쭉 훑어봤다.
안수영은 손님이니 당연히 무감한 표정을 짓고 있고 아빠 역시 급해 보이긴 했으나 그닥 마음 쓰진 않는 모습이었다.
엄마의 신경은 온통 성화에게만 쏠려 있다.
성화는......
한때 착하고 단순해 보이기만 했던 동생은 언제부턴가 완전히 딴 사람이 된 듯 하다.
“엄마, 누가 나연이 가두라고 한 건데요?”
그 말에 추성화가 송선아 뒤로 몸을 움츠리는 게 보였다.
송선아가 딸의 손등을 다독여주며 말했다.
“내가 시켰다 왜? 다 기한이 너 때문에 그런 거지! 갑자기 소개팅 안 하겠다고 하는 게 어딨어.”
“성화 말 듣고 가둔 건 아니고?”
“기한아, 너도 참. 동생 아끼는 것도 한도가 있어야지.”
한도가 있어야 한다?
전에 삼형제가 추성화를 위한답시고 이보다 더한 일도 할 땐 아무 말 없으시더니 지금은 겨우 소개팅 한 번 안 하겠다 했다고 냅다 나연이를 가둔다.
차별에 눈이 멀어 다들 머리가 이상해진 건지!
“한도요? 한도는 엄마가 알아야죠! 하루 종일 방에 가둬두고 물 한 모금도 안 줬잖아요, 나연이 굶어 죽게 만들려고 하셨어요?”
줄곧 차분하던 서른두 살 아들의 윽박지름에 화들짝 놀란 송선아다.
“겨우 하루 못 먹은 거잖아, 네 일 때문에 깜빡한 걸 어떡해?”
추성화가 엄마 등 뒤에 바짝 붙어 말했다.
“오빠, 엄마가 오빠 생각해서 그런 거야. 나연이 위병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보통 사람은 하루 정도 굶어도 별일 없다고! 그러니까 엄마한테 화내지 말고 차라리 날 탓해!”
그 뒤, 추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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