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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던 추기한은 다시금 죄책감에 빠진 표정으로 동생을 뒤돌아봤다. 그와 반대로 추나연은 제법 평온한 얼굴을 하곤 식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화 안 나?” 추나연이 입에 남은 음식물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그건 기대가 있을 때나 하는 거죠.” “미안해, 우리가 너무 소홀했어.” 문득 추나연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가 떠오른다. 제 몸에 맞지도 않는 헐렁한 옷, 짐이라곤 하도 빨아서 색이 바랜 가방 하나에 든 게 전부였었던 그때. 작은 몸집의 수백 배는 되는 커다란 집안 거실에서 조심스럽게, 또 혼란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던 모습. 두려움보단 희망에 찬 예쁜 두 눈에 기분이 좋은지 발그스레해진 얼굴로 어색하게 내뱉었던 첫마디가 생각 난다. “큰 오빠.” 정작 그는 어떤 표정이었던가? 추기한 스스로도 기억이 나진 않지만 무튼 그리 환대하진 않았던 것 같다. 아빠 엄마의 무감한 표정과 잔뜩 경계 태세를 취하던 두 동생의 표정은 생생히 기억나니까. 반짝이던 나연이의 두 눈에선 희망의 불씨가 사라졌고 결국은 불안과 상처만이 그 자리를 꿰찼다. 그래, 한때 추나연 역시 이 집안엔 더없는 기대를 품었었다. 지금은 대놓고 하는 차별에 화조차도 나지 않지만. 기대가 없으니 화를 낼 이유도 없겠지. 추기한의 마음 한편이 시큰해났다. 윗층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그들이 있는 식탁을 더욱 처량하게 만들었다. “나연아, 화내도 돼. 오빠가 언제든 지켜줄 거니까.” 집안 사람 모두가 추성화를 무조건적으로 감싸듯 말이다. 추나연이 고개도 들지 않고 답했다. “필요 없어요, 난 내가 지켜요.” 추기한의 눈가에 서운함이 스쳤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추기한을 도통 못 본 체 할 수 없었던 추나연이 결국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내가 부탁하면 그게 뭐든 다 들어줄 거예요?” 그 말에 추기한이 고개를 번쩍 들며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럼, 내 동생인데.” “내일 소개팅 나가는 거 맞죠?” 방금 식사 자리에서 송선아가 언급한 적 있다.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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