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그래서, 내 수행 성과는?]
방금 전 시도를 해봤지만 아무런 영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백 년 동안의 수행이 이대로 물거품이 된 걸까?
시스템은 얼른 그녀를 다독였다.
[진정하세요, 주인님. 영력은 아직 있어요, 그저 억눌려 있을 뿐이에요.]
[억눌려 있다고?]
[네, 주인님도 발견하셨겠죠, 추성화가 조금 남다르다는걸요.]
방금 전 추성화를 봤을 때 추나연은 속으로 깜짝 놀랐었다.
추성화의 얼굴은 가려져 있어 그녀의 명이 보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녀의 주변에는 보라색 기운이 감싸고 있었고 이마에는 옅은 금빛이 빛나고 있는 것이 딱 봐도 기운이 더해진 것이 큰 공덕을 쌓은 게 분명해 보였다.
이런 사람은 어딜 가나 돈이 따라오고 길을 걸으면 꽃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누구나 좋아하고 꽃이 따라서 피고 돈이 알아서 굴러들어 오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런 사람을 현문에서는 천도의 예쁨을 받는 행운아라고 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그런 사람을 모두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라고 한다.
[만약 추성화가 정말로 그런 기운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성화를 아버지는 살인범, 어머니는 도둑인 집안에서 태어나게 했을 리가 없어.]자신의 딸을 천도라면 오직 금슬이 좋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나 잔뜩 사랑을 받게 할 게 분명했다.
[…그건 잘 모르겠네요.]
추나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 그냥 생각을 포기했다.
[내 영력은 어떻게 해야 회복할 수 있는데?]
시스템:[전과 똑같이 기운을 쌓아 추성화의 억압을 밀어내면 회복할 수 있어요.]
시스템은 전생에서부터 추나연과 함께했었다.
당시의 추나연은 자신에게 시스템이 있으니 마구 싸워나가며 인생의 정점에 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도달한 것은 인생의 끝이었다.
추나연의 한숨이 시스템에게도 느껴져 시스템은 얼른 해명했다.
[저는 그저 인공지능일 뿐이에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뿐이지 주인님이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해드릴 수 없어요. 주인님께서 임무를 완성하지 못한다면 상응한 보상은 얻을 수 없어요.]
[주인님의 실패는 저의 문제가 아니라 주인님 본인의 능력 부족 때문입니다.]
추나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전생에도 시스템은 똑같이 해결 방안이라고 기운을 모으라는 답을 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할 줄을 몰랐다.
대학을 다닌 적도 없었고 아무런 재주도 없었다.
볼만한 얼굴 외에는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끝내 그녀는 시스템이 제안한 대로 인터넷 방송을 선택했다.
방송 주제는 바로 노래와 춤 그리고 시청자 연결이었다.
이런 방식은 확실히 그녀에게 인기를 모아주었지만 그걸로는 턱도 없었다.
시스템:[이번에도 인터넷 방송을 하시겠습니까?]
[응.]
시스템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계를 측정한 결과, 인터넷 방송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주인님께서 충분한 기운치를 모으기만 한다면 행운아인 추성하의 억압에서 벗어나 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거예요.]
추나연은 마음이 많이 놓였다.
영력만 회복한다면 추성화인지 송선화인지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간단하게 씻은 추나연은 마른 옷으로 갈아입은 뒤 테이블 앞에 앉았다. 방송용 설비들을 이리저리 매만진 그녀는 방송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기다리기만 했다.
10분 뒤, 시청자는 2, 3천 명이 되었다. 전에 그녀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방송을 봤던 팬들이었다.
대부분이 남성 시청자라 댓글 수위는 금방 높아지기 시작했다.
추나연은 그 댓글들을 무시한 채 담담한 얼굴로 기다리기만 했다.
이전에 방송할 땐, 추나연은 인기를 모으기 위해 그 사람들의 요구를 전부 다 들어줫었다.
춤을 추라면 췄고 노래를 부르라면 불렀고 흔들라면 흔들었다.
심지어는 자기야라고 부르라고 했을 때에도 불렀었다.
추나연이 얌전하고 말을 잘 들었던 탓에 그녀의 방송에 찾아오는 남자들의 요구는 점점 더 과해졌고 하는 말의 수위도 점점 높아졌다.
전생에, 비록 역겹긴 했지만 기운을 얻기 위해서 그녀는 꾹 참았었다.
이번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방송에서 그녀에게 흔들어보라고, 나시로 갈아입고 스타킹을 신으라고 난리였다….
그러다 익숙한 계정 열몇 개가 방송에 들어오자 추나연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왔다.
그 열몇 개의 계정은 전부 강성 재벌 2세의 계정이었다.
그 사람들은 추성화와 같은 무리에서 자라기도 한 데다 추성화의 운까지 더해져 온 무리에서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다.
평소 건들거리기만 하는 사람들도 추성화를 아주 좋아했다.
전생에 그 재벌 2세들은 추성화를 지키기 위해 그녀의 방송을 방해했었다.
선물들을 뿌리며 치욕스러운 춤을 추라고 한 뒤 그 영상들로 추성화의 비위를 맞추었다.
추성화는 또 그 영상들을 추씨 가문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그 때문에 추나연은 추씨 가문 사람들에게 한바탕 욕을 먹고는 인터넷 방송을 금지당했었다.
[오늘은 춤을 출 거야, 노래를 할 거야?]
[오늘 스트립쇼만 한다면, 내가 로켓 10개는 쏘지.]
[스트립쇼!]
[스트립쇼!]
[스트립쇼!]
추나연이 화면에 나타난 순간 모든 댓글이 순간 멈췄다.
예전의 추나연은 추성화의 짙고 화려한 메이크업을 따라 하며 재벌 아가씨처럼 화려하고 가벼워 보이는 메이크업을 했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아무런 메이크업도 하지 않았다.
청순하고 화장기 없는 모습은 물론 립스틱 하나 바르지 않은 채 머리는 느슨하게 위로 묶은 채였다.
[왜 갑자기 스타일이 바뀐 거야?]
[이젠 청순 여신 스타일로 가는 거야?]
[여신, 여신…. 여신님, 자기라고 한번 불러 봐봐.]
추나연은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해요.”
[이야기? 무슨 이야기? (음흉)]
[이야기 좋지! 나 BJ랑 동거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거 얘기하려고?]
추나연은 그런 댓글들을 무시한 채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전 강성의 한 재벌가에서 태어났어요. 막장 드라마 같겠지만 태어나자마자 다른 사람과 바뀌었고요. 오늘은 제가 집으로 돌아온 지 한 달째 되는 날이라, 집안에서는 아주 화려한 환영 파티를 열어줬죠. 연회는 아주 호화로웠어요. 온 강성의 재벌가, 권력가는 전부 다 모였거든요. 가족은 그 유명인들에게 저를 소개해 줬고,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돼요.”
강성2세 단톡방.
송진하:[추나연 저거 뭐 하자는 거야? 지금 자기 얘기를 하겠다는 거야?]
양요진:[솔직히 말해서, 이야기를 하는 실력이 영 별론데?]
안수영:[뭐야 저게. 아무런 감정 기복도 없이. 기계가 읊어도 저것보단 낫겠네.]
송진하:[일단 들어보자, 무슨 얘기할 건지.]
추나연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무런 기복도 없었다. 기계보다 더 기계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는 저에게 아버지의 친한 친구, 강수 아저씨를 소개해 줬어요. 아버지는 저에게 강수 아저씨네에는 아들 하나만 있는데 저와 나이가 비슷하니 친하게 지내라고 하셨죠. 그 말에 저는 놀란 눈으로 강수 아저씨를 쳐다봤는데, 아저씨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참으로 이상하죠, 분명 강수 아저씨에게는 딸도 한 명 있는데 말이죠. 왜 인정을 하지 않는 걸까요? 아버지도 왜 아저씨에게는 아들 한 명뿐이라고 했을까요? 설마, 송씨 가문의 남아선호사상이 심각하다 못해 딸은 인정도 안 할 정도였던 걸까요?”
거기까지 들은 송진하는 벌떡 소파에서 일어났다.
“추나연, 이 미친, 감히 우리 집안의 루머를 퍼트려?”
저 말 속의 송씨 가문은 송진하 그의 집안이었다.
그는 곧바로 키를 챙겨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다 이제 막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 송강수와 마주했다.
“이제 막 돌아와 놓고 왜 또 밖으로 나가는 것이냐?”
“아버지, 저 중요하게 할 일이 있어요.”
송진하는 이를 악물었다. 추나연이 눈앞에 있었으면 분명 물어뜯었을 기세였다.
방송이 아직 진행 중인 탓에 추나연의 냉담한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