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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어머니, 그래도 수아 아버지이고 두 분 사위인데 앞으로는 이 사람한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미 지나간 일은 더 이상 입에 올리지 마세요!” 박시율은 여전히 다른 이의 속마음을 헤아릴 줄 알 뿐만 아니라 착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저놈을 사위라고 인정한 적 없다, 이 일은 무효야!” 나봉희가 말했다. “그래, 저놈만 아니었다면 내 다리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도영호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저 이한테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그때 저도 홧김에 도범이랑 결혼을 한 거라고요. 결국 임신까지 하게 될 줄 저도 몰랐다고요!” 박시율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 확실히 자신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짓이었지만 아이를 지우기는 아까웠다. 오늘 이런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도 그때 저지른 잘못을 만회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정말 아이를 낳을 필요까지는 없었잖아, 정말... 내가 너 때문에 제 명에 못 죽지!” 나봉희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렸다. “그만하세요, 도범이 이렇게 전쟁터에서 무사히 돌아왔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라도 찾아서 할 수 있다면 생활은 점점 나아질 거예요!” 박시율의 말을 들은 도영호가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도범을 보니 화가 나기는 했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수아는 도영호의 외손주였고 자기 딸의 아이이기도 했다. “어디까지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아? 우리가 예전에 살던 그 별장보다 편안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봉희는 여전히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시율아, 우리 어머니는 어디에 계셔? 왜 안 보이는 거야?” 도범이 미간을 찌푸리곤 물었다. 이곳에 발을 들인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유는 도범의 어머니께서도 이곳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고 얘기했었다. “지금 일 나가셨어, 너희 어머니는 배운 것도 별로 없고 나이도 많으셔서 청소부로 밖에 일할 수 없어. 월급은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보태줘서 우리 가족이 그나마 살아갈 수 있게 해주셨어.” 박시율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자, 우리 어머니를 만나러 가야겠어. 어디에 계신지 알고 있지?” 나이 든 자신의 어머니께서 청소부로 일하면서 한 가족의 수입에 보태주고 있다는 것을 들은 도범은 괴로워졌다. 도범의 어머니와 박시율 두 사람이서 이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리고 있었다니. “도범, 너 잘 들어, 당장 우리 시율이랑 이혼해, 그리고 우리 시율이 청춘을 망쳤으니 보상금도 줘야 해. 아니면 내가 너 가만두지 않을 거야!” 대문을 나서는 두 사람의 등 뒤에서 나봉희의 노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햇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날, 한 아주머니가 거리 위에서 모자를 쓴 채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탁!” 그때 빈 생수병 하나가 아주머니의 앞으로 던져졌다. 아주머니가 고개를 들고 노란색 머리를 한 두 남자와 짧은 스커트를 입은 여자를 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에구, 지금 젊은이들은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거기에 버리려고 하질 않으니...” 하지만 젊은이들은 아주머니의 한탄을 듣게 되었다. “젠장, 청소부면 청소부답게 조용히 바닥이나 쓸 것이지, 왜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아?” “여기에 던졌는데 뭐 어쩔래? 내가 바닥에 안 버리면 당신 같은 청소부들 월급 거저 가져가게 되잖아.” 생수병을 버린 남자가 거칠게 욕을 하더니 침을 뱉었다. “원래 하등한 인간은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일자리 없어지는 거잖아!” 그중에서 파마머리를 하고 검은 스타킹과 미니스커트를 입은 한 여자가 해바라기를 한 움큼 잡더니 껍질을 마음대로 버리기 시작했다. “얼른 청소해, 잘 못하면 월급 깎일지도 모르잖아!” 노란색 머리를 한 두 남자도 해바라기를 한 줌 잡더니 해바라기 껍질을 바닥으로 던지며 말했다. “그러니까, 아줌마, 얼른 깨끗하게 청소해!” “나이도 젊은 것들이 이렇게 소질이 없어서야,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는데. 이렇게 마음대로 쓰레기를 버리는 게 얼마나 소질 없는 짓인지 몰라서 그래요?” 청소부 아주머니께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청소부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무더위를 이겨가며 깨끗이 청소해놓은 곳에 저렇게 쓰레기를 버리다니… “소질? 청소부 주제에 감히 우리랑 소질 얘기를 꺼내, 정말 어이가 없어서!” 생수통을 버린 남자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도범과 박시율은 분노에 휩싸였다.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했다. “이렇게 아주머니 괴롭히고 있으니까 재밌어?” 도범이 나서기도 전에 박시율이 빠른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더니 화가 난 목소리로 물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래? 아주머니께서 힘들게 청소해놓은 데를 좀 잘 유지할 생각은 안 하는 거야?” “뭐야, 지금 이 아주머니 대신 불평해 주는 거야? 누님 예쁘장하게 생겼네, 그런데 너무 꼬질하게 입었다!” 남자가 박시율을 보더니 눈에 빛을 밝혔다. 박시율은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 몰라?” 두 명의 여자가 박시율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시율아, 여기에는 왜 왔어?” 도범의 어머니 서정이 박시율을 잡으며 말했다. “괜찮아, 금방 갈 사람들이니 내가 다시 청소하면 돼.” “어머니,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요! 그냥 사람 괴롭히려고 작정한 거예요!” 박시율은 화가 나 주먹을 꽉 쥐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우리 누님 화내는 모습도 귀엽네!” 남자는 화가 난 박시율을 보더니 더욱 흥분해서 웃으며 말했다. “이리 와봐요, 내가 뽀뽀 한 번만 하게 해주면 바닥에 안 버릴게요. 어때요?” “내 여자를 감히 괴롭히겠다는 건가!” 도범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며 젊은이들을 쏘아봤다. “너는...” 한눈에 도범을 알아본 서정이 제자리에 굳더니 눈시울을 붉혔다. “도범아, 너, 너 돌아왔구나.” 도범이 고개를 돌리더니 빨개진 눈으로 서정의 손을 꼭 잡았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고생시켜드렸어요. 5년 동안이나 곁을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아니다, 고생은 무슨. 괜찮아, 엄마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 네가 살아서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모두들 네가 전쟁터에서 죽었을 거라고 했지만 엄마는 네가 무조건 살아서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 서정이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굳은살이 가득 박힌 손으로 도범의 손을 잡은 그녀는 이 손을 놓으면 모든 것이 꿈이 될까 봐 두려웠다. “네, 제가 돌아왔어요. 앞으로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 행복할 날만 남았어요! 불효자가 어머니를 너무 걱정시켜 드렸죠!” 도범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니, 아니다. 너는 훌륭해, 엄마는 다 알아, 네가 박 씨 집안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것도 모두 내 병을 고쳐주기 위해서라는 거. 전쟁터에 나간 것도 나라를 위해서라는 거!” 서정의 시야는 이미 눈물로 흐려졌다. “이런 아들을 둔 것만으로도 엄마는 만족해!” “뭐야? 드라마 찍어? 어디서 저런 삼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말을 하는 거야, 역겹게!” 노란 머리를 한 남자가 성가시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도범의 눈빛 속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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