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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당신 말이 맞아. 화가 나 미칠 것 같지만 지금은 참아야 해. 그녀가 무방비해질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면 분명 꼬리가 밟힐 거야!” 박시율은 한참 후에야 진정을 되찾았다. 그것이 독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도범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삼켰는데 이 잠깐을 못 참을 이유는 없지. 동생을 위해서, 부모님이 이 여자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 박시율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렇게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거야?” 한참을 생각하던 박시율이 입을 열었다. “나는 지금 한시라도 빨리 이두 남녀가 바람 피우고 있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 도범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내가 제일 걱정되는 건 이 두 남녀가 사실은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는 거야. 이렇게 되면 그들이 한 침대에 있는 사진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겠지. 만약 그 사람이 돈을 주고 장소연을 사주해 나에게 약을 먹인 거면, 그래서 그동안 장소연이 옷이며 가방이며 산 것이라면 우리가 잘못 짚은 거야!” 박시율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 만약 당신 말대로라면 내 동생은 더 이상 당신을 믿으려 하지 않을 거야!” 도범이 미간을 찌푸렸다. 차라리 전장에서 적을 죽이는 것이 이보다 더 쉬울 것 같았다. 그동안 장소연이 새 가방, 새 옷을 사고 스타일도 점점 섹시해지는 게 모두 남자가 생긴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그 많은 돈은 그녀가 몸으로 바꾼 것이고, 그쪽도 분명 바람을 피운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오늘 장소연이 자신에게 약을 탄 일이 벌어지고 나서 그동안의 짐작이 맞는 것인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만약 상대방이 그녀에게 돈을 주고 자신에게 약을 먹이라고 사주 했다면 해일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어쨌든 이렇게 가만히 기다리는 건 아니라고 봐. 이러면 우리가 끌려가는 식이잖아!” 박시율은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지금 그녀는 한시도 더 기다릴 수 없다. 장소연이라는 여자를 동생 곁에 두기엔 너무 위험했다. 오늘 도범에게 약을 탔다는 건 앞으로 해일과 부모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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