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더욱 당황스러운 건 용신애가 깜짝 놀랐다는 듯이 입까지 막으며 덧붙이는 것이었다. “만약 정말로 와인 한 병을 원샷이라도 하면 제가 당신이 진심으로 뉘우친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죠.” 박진천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용 씨 가문의 둘재 아가씨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대로 넘어갈 수도 없었다. 만약 이 일로 마음 상한 그녀가 앙심이라도 품으면 앞으로 박 씨 가문은 중주에서 살아가기 바쁠 것이다. “이성이 너 뭐하고 서 있어? 빨리 성의 표시를 하지 않고!” 박이성이 갈팡질팡하며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본 박진천이 그를 재촉했다. “알겠습니다. 아까는 정말로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사죄의 의미로 제가 이 와인을 다 비워 보이겠습니다.” 박이성이 와인 한 병을 들고 병나발로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들이켰다. 절반쯤 마셨을 때 한계에 이른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주먹을 꽉 쥐고 억지로 다 마셨다. 그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빌어먹을 도범 그 자식이 헛소리만 하지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더욱 어이없는 건 그 제안을 용신애 저 계집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욱 기가 막힌 건 어젯밤 자신의 계획을 망친 사람이 바로 저 용신애였다. 만약 그녀만 아니었다면 오늘의 계획은 따낸 당상이었고 이 연회는 자신의 능력을 한껏 뽐낼 수 있는 무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결국에는 결과가… 와인 한 병을 다 비운 박이성은 머리가 핑 돌았다. 그리고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고 팔자걸음으로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더니 바닥에 쓰러져 토하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목격한 박진천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는 속으로 박이성의 술 주량이 형편없다고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토하더라도 용신애가 돌아 간 뒤에 토했어야지, 이 얼마나 추한 꼴을 보였는가. 이 일로 앞으로 두 집안의 협력 기회가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박이성은 미래에 박 씨 가문의 가주가 될 사람이기에 그의 이미지 실추에 대한 것도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참, 오늘 여기서 무슨 경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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