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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왕 도련님, 어떻게 여기까지 온 겁니까?” 박이성이 왕 씨 집안 도련님을 보자마자 인사를 건네며 다가갔다. “왕 도련님,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100억이요? 예물로 100억을 내놓겠다는 겁니까? 진심인가요?” 나봉희가 눈을 반짝이며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왕 씨 집안과 성 씨 집안은 모두 박 씨 집안보다 돈이 많은 집안들이었다. “당연하죠, 어머니. 제가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같아 보입니까? 저 왕 씨 집안 도련님입니다, 제 말 믿으셔도 됩니다!” 왕 도련님이 웃으며 박시율의 예쁜 얼굴을 보더니 침을 삼켰다. 그는 돼지처럼 뚱뚱한 몸매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먹고 노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여자라면 더더욱 사족을 못썼다. 왕호는 처음 박시율을 봤을 때부터 그녀의 미모에 빠졌지만 박시율이 배달부에게 시집을 가서 임신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고 굉장히 화가 났었다. 하지만 박시율은 아이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다웠다. 오히려 더욱 성숙된 분위기를 내뿜어 왕호는 어떻게 해서든 박시율을 손에 넣고 싶었다. 그리고 박시율은 중주에서 이름난 미인이었기에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다른 도련님들 앞에서 체면이 서기도 했고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잘 됐어요, 이건 왕 도련님께서 말씀하신 겁니다!” 나봉희가 손뼉을 치더니 웃으며 박시율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시율아, 들었어? 도범이 20억이라고 했는데 왕 도련님께서는 100억을 줄 수 있대. 예전부터 너를 좋아하기도 했고 사람도 괜찮아 보이는데 고민 좀 해보는 거 어때? 너만 허락한다면 도범 저 녀석은 우리가 내쫓아줄게!” 박시율은 그 말을 듣자마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왕 도련님의 외모를 그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성 도련님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얼굴은 봐 줄만 했다. 하지만 왕 도련님은 기름이 흐를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어머니, 딸을 시집보내려는 거예요, 아니면 팔려는 거예요? 누가 돈을 많이 준다고 하면 누구한테 주는 건가요? 차라리 저를 경매장에 내놓으세요.” “할아버지께서 방금 도범을 받아들이기로 약속까지 했는데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꾸는 거예요?” 박시율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시율아, 엄마는 그런 뜻이 아니야. 도범은 예전에는 배달부였고 지금은 금방 전쟁터에서 돌아온 사람인데 뭐 얼마나 큰일을 할 수 있겠어?” 말을 멈춘 나봉희가 도범을 매섭게 쏘아보며 말했다. “우리가 얕잡아보는 게 아니고 정말 한 달 안에 60억을 벌어 올 수나 있겠어? 두고 봐, 한 달 뒤에 60억을 못 내놓아서 우리도 다시 저놈 따라서 박 씨 집안에서 같이 쫓겨나는 거야!” “도범? 이 사람이 도범이라고? 수아의 그 쓰레기 아빠가 돌아왔다고?” 왕 도련님은 도범을 자세히 훑어보더니 말했다. “잘생긴 것 외에는 특별한 것도 없네, 옷차림도 저래서 어떻게 시율이한테 어울리겠어?” “쓸데없는 말이 많네!” 도범이 왕 도련님을 바라보며 패기 넘치게 말했다. “여기는 박 씨 집안인데 바깥사람이 지금 쳐들어와서 뭘 하려는 거야? 할 말 없으면 꺼져!” “겁이 없네, 너 우리 왕 씨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모르지?” 왕 도련님이 큰 소리로 웃더니 말했다. “내가 할 일 없이 여기에 왔겠어? 오늘 박 도련님이랑 합작하려고 찾아온 거야. 내 손에 프로젝트 하나가 있는데 하람그룹이랑 손을 잡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 말을 들은 박 씨 어르신이 얼른 말했다. “왕 도련님, 여기에 앉아서 말씀하시죠!” “어르신, 괜찮습니다. 박 도련님이랑 나가서 얘기하면 됩니다.” 왕 도련님이 박이성을 보더니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박 도련님, 손은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야? 누구랑 싸웠어? 누가 감히 박 도련님을 때린 거야?” 왕 도련님의 말을 들은 박이성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도범을 한 눈 보곤 말했다. “웬 정신병자한테 좀 당한 것뿐입니다. 제가 그 사람 딸 수아랑 장난을 좀 친 것뿐인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저를 때리더군요.” 그 말을 들은 왕호가 멈칫하더니 도범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쓰레기가 그런 거였군, 이놈이 박 도련님까지 때릴 줄 생각도 못 했네요. 정말 간땡이가 부었나.”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희끼리 내기를 했거든요. 저놈이 한 달 뒤, 할아버지 칠순 잔치에 저에게 배상금 20억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시율이한테도 예물 20억을 주고 할아버지께도 20억 상당의 선물을 준비해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약속을 어긴다면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나 시율이랑 이혼을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박이성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왕 도련님, 저희 할아버지 칠순 잔치에 꼭 참석하셔야 해요. 이놈이 어떻게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나는지 다 같이 보자고요!” “하하, 그래요. 꼭 참석해서 이놈이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나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요!” 왕 도련님이 웃으며 박시율을 바라봤다. “시율아, 걱정하지 마. 나 시간 많으니까 너 기다릴 수 있어. 한 달 뒤에 이 자식이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나면 너도 자유로워질 거야. 다시 솔로가 된 후에 나 거절하면 안 되는 거 알지.” “가시죠, 왕 도련님. 저희랑 합작하는 일에 대해서 얘기하죠!” 박이성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비록 도범에게 맞아 뼈가 부러졌지만 도범을 이 집에서 쫓아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도범이 체면을 위해 그런 약속을 했다고 생각했다. 박이성은 박 씨 어르신의 칠순 잔치에 도범이 망신을 당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박이성과 왕호는 박 씨 저택을 떠났다. “너희들도 그만 가보거라, 한 달 뒤에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박 씨 어르신은 어둑해진 날을 보더니 성가시다는 듯 손을 저었다. 오늘 도범의 반응을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손녀딸이 이런 가난뱅이에게 시집을 가 자신을 망신시킨 것만 생각하면 그는 기분이 언짢았다. 한편, 거대하고 화려한 별장 안에서는 중주의 갑부 용준혁이 한 중년 남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전신 장진과 함께 돌아온 도범이라는 사람, 절대 단순하지 않아.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가서 알아봐, 최대한 빨리.” 눈앞의 남자는 용준혁의 오른팔로서 용 씨 집안을 위해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용준혁의 말을 들은 그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회장님,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그 사람이 장진이랑 무슨 연관이 있다고 해도 저희한테 별 이용 가치가 없잖아요.” 말을 멈췄던 그가 웃으며 다시 입을 뗐다. “차라리 전신 장진에게 잘 보이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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