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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모든 이들이 떠나고 나서야 박시율이 우울한 얼굴로 회사를 나섰다. 그녀에게는 2000만 원밖에 없었는데 팀원들에게 밥을 사려면 6, 8천만 원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박시율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박소희의 뜻대로 된다면 그녀는 앞으로 회사에서 버텨내기가 힘들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돈이 많이 든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월급도 낮지 않았기에 첫 월급만 받게 된다면 많이 여유로워질 수 있었다. 결국 그녀는 나봉희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 전에 도범이 내놓은 2억중 1억 8천만 원은 나봉희의 손에 있었기에 지금 그녀에게 돈을 내놓게 해 급한 불을 꺼야 했다. “어머니…” “시율아, 회사는 어때?” 하지만 박시율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나봉희가 다시 말했다. “시율아, 너 얼른 도범이랑 이혼하는 게 좋을 거야, 빠를수록 좋아, 내일이나 모래 시간을 내서 얼른 가서 이혼해. 아니면 그놈이 언젠가는 우리를 다시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거야.” 박시율은 그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어졌다. “어머니, 저한테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 도범이랑 이혼 안 해요, 할아버지 칠순잔치 때 도범이 60억을 못 내놓는다고 해도 이혼 안 할 거예요!” “너 왜 그렇게 말을 안 듣니, 그때 너희 할아버지랑 우리 말을 듣지 않고 아이를 남겨둬서 우리 집이 이렇게 된 거야. 내가 어쩌다가 이런 불효한 자식을 낳아서는, 자기 부모를 잡아먹으려고 하네.” 나봉희가 갑자기 박시율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 말문이 막힌 박시율은 더 이상 이 일을 두고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 저 급한 일이 있어서 전화한 거예요, 돈이 모자라서 그러는데 6000만 원 좀 보내주세요.” “6000만 원?” 돈 얘기가 나오자 나봉희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많은 돈을 어디에 쓰려고? 돈 벌려고 출근한 거 아니었어? 왜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건데? 설마 도범 그 쓰레기 같은 게 전기스쿠터를 타다가 명품 자동차를 긁은 건 아니지?” 나봉희의 말을 들은 박시율은 자신의 어머니의 상상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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