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6화
기왕비와 제왕비가 보낸 선물이 도착하였다.
기왕비는 비취로 만든 관음(觀音) 보살 조각상을 보냈다. 조각상은 아주 정교하고 아름다웠으며 값도 꽤 나가 보였다. 기왕비는 최상품의 조각상을 구하려다 살림 밑천이 거덜 날 뻔했다. 사실 중등품의 조각상을 선물했어도 원경릉은 구별하지 못했을 테지만,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왕비는 무리해서라도 최상품을 준비했다.
이에 비해 제왕비인 주명취가 보낸 선물은 초라했다.
선물 상자를 열어보니 인삼 두 뿌리에 당귀 몇 개뿐이었다.
주명취는 실리를 따지는 사람이다. 그녀는 원경릉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원경릉이 임신한 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동서지간에 아무것도 선물하지 않으면 싫어하는 게 티가 나니까 대충 구색에 맞게 준비를 했다. 주명취는 어차피 선물한 약재도 초왕비가 먹지 않을 것이기에 질 좋은 약재를 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기상궁은 관음보살을 들어다가 잘 보이는 곳에 옮겨 두고, 마른 걸레로 닦다가 보살의 등에 금이 간 것을 발견했다. 금이 간 부분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비취의 무늬라고 여기기 십상이었다.
무릇 불상조각은 완전무결해야 한다.
‘금이 간 관음을 보낸 이유가 뭘까?’
기상궁은 화가 나서 희상궁에게 말했다.
“이 일을 왕비님이 신경쓰지 않게 왕야께 말하는 게 좋겠네.” 희상궁이 말했다.
“기왕비가 우리 왕비님을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 저주를 하다니! 음흉해!”기상궁이 화를 냈다.
기상궁은 평소에 상전을 비난하는 말을 잘 하지 않는데, 이번 일에는 화가 많이 났는지 계속해서 기왕비의 욕을 했다.
두 상궁 모두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관음에 흠집이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왕비의 방안에 두었다면……’
기상궁과 희상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희상궁도 이번 일은 참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기왕비의 잘못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녀는 관음을 받자마자 금이 간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게 한이였다.
“일단 거기에 두자고.” 희상궁이 말했다.
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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