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19화
미색과 시녀가 이리봉청이 목욕하고 옷 갈아입는 것을 도왔다. 원경릉이 과거에서 돌아오는 시간 동안 이리 나리가 사람을 시켜 새 옷을 여러 벌 준비시켜 두었다.
머리카락은 다 씻어낼 수 없어 미색이 직접 가위를 들고 잘랐다. 다행히 뜨거운 물에 한참 담그자 대부분 풀어진 덕분에 잘라낸 부분이 많지는 않았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후 미색이 약간 화장을 해 드리고 머리를 이쁘게 묶어 주었다.
그러자 동으로 된 거울에 비친 중년 여인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세월도 미녀를 아까워했는지 이리봉청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눈가에 잔주름이 있고 이마에도 주름이 약간 있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엔 전혀 손색이 없었다.
너무 말라서 그런지 얼굴이 심하게 창백해져 있었고, 수수한 색 비단옷을 깡마른 몸에 걸치자 약간 커 보이긴 했지만 보기 싫지 않고 오히려 선풍도골의 정취를 풍겼다. 어쩌면 그녀가 36년간 눈늑대봉에서 세상일과 관련없이 지낸 덕분일지도 모른다.
이리봉청은 온통 기쁨과 희열로 가득했다. 모든 것이 꿈 같고 환상 같아서 더 이상을 상상할 수 없었다. 원한과 복수심만 마음에 가득 찬 게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미색이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나왔을 때 이리봉청 얼굴은 여전히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저녁 수라에 미색은 참석하지 않았다. 일부러 저녁 수라를 들 때 자리를 비켰다. 36년간의 이별 뒤 모자가 처음으로 같이 하는 식사였다. 미색은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미색은 달빛을 따라 걸으며 중앙 정원으로 나가며 돌아보았는데,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앉아서 이리 나리를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봐도 봐도 모자란 듯 지난 36년 치를 채우려는 것 같이 느껴져 미색은 다시금 눈물이 차오르는 것 같아 얼른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네 식구는 한 곳에 앉아서 같이 밥을 먹었다.
이리 나리는 천행이를 안고 줄곧 내려놓지 않았다. 천행이도 아빠가 앉아 주는 걸 즐기고 있는지 울지도 않고 떼도 안 쓰고 포동포동한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했다.
저녁 수라는 담백하게 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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