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6화
원경릉은 옅은 미소를 띠었다.
회왕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는 씁쓸하게 웃었다.
“들었죠? 이제 아시겠습니까? 본왕이 비관적인 게 아니라 세상 사람들도 제가 나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요.”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던 상관없습니다. 제 판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판단을 하는 제가 당신을 고치는 사람이고요.” 원경릉은 의자를 끌어다가 회왕의 침상 옆에 앉았다.
회왕은 그녀를 보고 큰 소리로 웃었다.
“초왕비도 면보로 입과 코를 가리고 있지 않습니까? 초왕비도 비관적인 것 아닙니까?”
원경릉은 자신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이게 회왕님 눈에는 거슬리십니까?”
“거슬리는 건 아니고, 그냥 본왕이 병을 퍼뜨리는 죄인이 된 것 같아요.”
“이 병에 걸린 게 죄가 아닙니다. 죄인이라뇨. 회왕님은 피해자입니다. 제가 이렇게 면보로 입과 코를 가리고 있는 것은 저를 보호하려는 겁니다. 제가 병에 걸린다면 회왕님은 누가 치료합니까? 저는 회왕께서 병에 걸린 후 3년 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압니다. 폐가 아파 거동도 힘드셨을 거고, 기침도 심하게 하셨을 겁니다. 긴 기간 동안 많은 어의들이 왕야의 병을 고치려고 시도했겠습니까? 그때마다 효과가 있는 듯하다가 다시 돌아오고, 약을 바꾸면 또 효과가 있다가 다시 병이 나빠지고 했을 겁니다. 과거의 반복됐던 실패로 왕야께서 저를 신임하지 않으시는 거죠?”
회왕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원경릉은 그를 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왕야께서 병을 이겨내겠다는 의지가 없으시면 제가 아무리 좋은 약을 쓴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결핵은 굉장히 위험한 병입니다. 왕야께서 의지를 가지고 협조해 주셔야만 나을 수 있습니다.”
“본왕이 협조를 안 한다고?” 화가 나 빨개진 얼굴의 회왕이 고개를 돌려 수건으로 입을 막고 기침을 했다.
“겉으로만 협조하는 척하는 거 압니다.” 원경릉이 일어나 그의 침상으로 가서 그가 방금 기침을 한 수건을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축축한 알약이 있었다.
회왕은 자신이 나을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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