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4화
원경릉의 약 상자를 발견한 우문호
소매 주머니 속에서 나온 건 두 가지 모양의 것이다.
하나는 작고 정교한 상자로, 우문호는 이 상자를 본 적이 있지만 우문호가 봤을 땐 이렇게 작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종이 한 장으로 종이학 모양으로 접어져 있는데 펼쳐 보니, 아바마마께서 원경릉에게 하사한 황금 천냥 짜리 차용증으로 아래 국새가 찍혀 있다.
우문호의 머리 속이 복잡해 졌다. 줄곧 사람들의 멸시를 받아 온 여자로 미음을 받고 원성을 사던 사람이 어떻게 일순간 아바마마와 태상황 폐하의 사랑을 받을 수가 있지?
우문호는 상자를 만지작거리며, 작은 단추를 스치니, ‘탁’하는 소리가 나며 열렸는데 안은 텅 비어 아무것도 없다.
이상하다, 이 상자에 분명히 물건이 있어야 하는데, 원경릉 말로는 그게 약이라고, 그리고 그 마취주사라는 것도 여기서 꺼내던데 전부 다 쓴 건가?
다 쓴 거면 잘 됐다. 앞으론 우문호에게 대적할 수 없겠지.
하지만 원경릉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상자면 숨겨줘야지, 암, 주정을 부리고 식칼 들고 덤비게 해주지.
우문호는 상자를 들어 아무데나 침대 밑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나서 우문호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상자가 바닥에 닿자 뜻밖에도 커진 것이다.
원래부터 이 상자가 이상야릇하다고 생각했지만, 상자가 손가락 하나만한 크기에서 약 상자 크기로 커지는 걸 직접 자기 눈으로 보니 충격적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내 물건 훔쳤지?” 머리 위로 경악해서 쇳소리가 나는 원경릉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문호는 고개를 들고 원경릉의 화난 눈과 마주치자 잠시 당황했으나 곧바로 약상자를 들고 일어나 침대 위에 놓고 약상자를 가리키며 화난 듯이 물었다: “얘기해봐. 이게 뭐야?”
“약 상자잖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 쥐며, 아직도 어지러워서 머리가 잘 안 돌아 간다.
“이 약상자는 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건데?” 우문호가 엄숙하게 물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 원경릉은 당황한 나머지 우문호에게 자기 물건을 훔친 죄를 추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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