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장 원인
하수현은 불안함이 몰려왔지만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네, 여기서 일해요. 방금 저한테 볼일이 좀 있어 왔는데 왜요?”
안지수는 콧방귀를 뀌며 차가운 눈빛을 지은 채 말했다.
“강찬우가 나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다른 여자 때문에 나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하수현은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
“무슨 뜻인데요?”
안지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우아하게 손을 들어 흘러내린 긴 머리카락을 귓등으로 쓸어 넘겼다.
“모르는 척하지 말고 일 계속 보세요. 전 그만 가볼게요.”
그녀가 떠나는 것을 보며 하수현은 핸드폰을 꺼내 강찬우의 번호로 전화를 걸려 했다. 하지만 전화가 연결되기도 전에 안지수는 갑자기 다시 되돌아와서 문 앞에서 익살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강찬우에게 전화해도 소용없어요. 나는 정말 화가 났거든요. 강찬우가 과거에 내 감정을 가지고 놀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수현은 묵묵히 휴대폰을 끄고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몇 년 동안 여자들을 사귀면서 이렇게 어려운 일은 본 적이 없다.
저녁.
성시연은 퇴근 후 강찬우가 준 차를 몰고 이연아의 작업실로 향했다. 이연아의 작업실은 병원에서 멀어서 운전하지 않으면 불편했다.
중간에 사이드미러에서 안지수의 핑크색 포르쉐를 본 그녀는 왠지 모르게 당황했다.
그녀가 아무리 길을 돌아가도 안지수는 그녀를 따라갔는데 그녀의 차에 점점 가까워져 언제라도 부딪힐 것 같았다.
성시연은 결국 멈추었지만 그녀가 멈춘 후 안지수는 뜻밖에도 바로 충돌해왔다.
뒤에서 들이받은 데다 죽을 목적으로 박은 것이 아니어서 성시연은 차체가 심하게 흔들려 어지러울 뿐 큰 손해는 입지 않았다. 하지만 차 뒷부분과 옆이 처참하게 부딪혀 찌그러졌다.
성시연도 그다지 좋은 성격이 아니었다. 강찬우 앞에서 그녀는 지극히 비굴할 수밖에 없지만 이것은 결코 그의 전 여자친구가 그녀를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이런 생명과 관련된 위험한 행동을 말이다.
성시연은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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