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장

나는 그의 화난 눈빛을 무시하고 그의 곁을 지나갔다. 양정우 일행이 일제히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자, 경림과기대의 학생들은 너무 화가 나 모두 얼굴이 시퍼레졌다. 주최 측의 연설이 끝난 뒤, 경기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학교마다 한 구역씩 맡아 주최 측이 정한 계좌번호와 금액으로 모의 조작을 했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학교마다 자체 금융 소프트웨어로 실시간 예측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경기는 모두 6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우리는 점심도 못 먹고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합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당분간 점수를 계산하는 시간이 있었다. 주최 측은 이 틈에 우리 모두를 경기장 밖에 있는 식당으로 보내 밥을 먹게 했다. 나는 소고기라면 하나를 주문했다. 우리를 본 경림과기대 학생들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허허. 허 선생님, 저는 학생들이 이 정도로 열정이 넘칠 줄은 몰랐어요!" 경림과기대의 지도교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허영심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여 선생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 "허 선생님, 설마 이길 자신이 없어 전에 한 말을 번복하려는 건 아니죠? 사실 저도 애들에게 등수보다도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라고 말했어요. 그러니 단순하게 승패만 가르면 될 것 같아요. 지게 되면 페이스북에 해정대가 경림과기대보다 못하다고 올리기로 한 건 그냥 없던 걸로 해요...." 여지은이 이렇게 말하면서 우리를 은근히 쳐다보았다. 마치 우리가 이길 자신이 없어 말을 번복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무슨 허튼소리예요? 우리가 언제 그런 내기를 했어요?" 그 눈빛을 본 지경이 자존심이 상해 저도 모르게 반박했다. 여지은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이고, 됐어. 그냥 그런 일이 없었던 걸로 쳐.” 경림과기대 학생들이 도발적인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며 여지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선생님 말이 맞아요. 제가 도전을 받지 말아야 했어요. 그랬으면 해정대 친구들이 체면을 구길 일이 없었을 텐데.” "저기, 만약 번복하고 싶다면 그냥 번복해. 이미 한 약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