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장
진가영 말은 모두 핵심을 콕콕 찔렀지만, 그녀는 전혀 오만해하지 않았다.
“두 분, 전 두 분께 긍정적인 대답을 줄 수 있습니다. 제가 만든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 어떤 자리도 오직 한유나만을 위한 자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마케팅 부서의 동료들이 두 분의 능력치를 제대로 평가하여 조하윤 씨처럼 훌륭한 사람을 마땅히 캐스팅해야 한다고 했었습니다.”
이건 아첨하는 것이 아니었다.
조하윤은 확실히 한유나보다 더욱 독특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리얼리티 쇼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이런 독특한 매력이 뒷받침돼야 했다.
“물론, 저도 조하윤 씨를 속이고 싶지 않습니다. 한유나 씨에 대한 복수도 제가 조하윤 씨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죠.”
협력은 성실하고 마음에 켕기는 것이 없어야 했다. 게다가 나는 조하윤이 반드시 나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들이 협조하지 않아도 손해 볼 건 없었다.
“복수요? 그건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의 반응을 봐야하지 않을까요? 이 복수 주기가 너무 긴 거 아닌가요?”
진가영은 날카롭게 평가를 내렸다.
그 말에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좀 재밌는 사람이군.’
진가영은 사고도 논리적이고 말솜씨도 좋았다. 하지만 가끔 그녀는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마치 자신만의 최후의 경계가 있는 것 같았다.
“대표님, 혹시 대표님한테 다른 생각이 있으신 가요?”
진가영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나는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진가영의 두 눈은 영기로 가득 차 있었다. 순간, 나는 문득 오사라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지금의 진가영과 전혀 비교할 수 없었다.
“조하윤 씨, HY.D의 모델이 되고 싶지 않으신 가요?”
나는 진가영의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조하윤에게 한마디 물었다.
HY.D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일류 브랜드였다. 이 브랜드의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따져도 한 손으로 전부 다 셀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하나같이 모두 세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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