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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메일로 투고된 대본들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있을 때 일 층에서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강효수, 당장 내려와. 감히 내 여자 친구를 때려?” 아래층에서 한우현이 친구 둘셋을 데리고 찾아온 것이었다. “강효수, 내려와. 살려는 드릴게.” 담담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룸메이트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형, 걱정하지 마. 우리가 도와줄게.” 나는 손을 내저었다. “됐어, 저런 녀석 상대하는 데에 그럴 필요 없어.” 나는 소리 높여 외치는 한우현의 소리를 들으며 밖으로 향했다. 나를 발견한 한우현은 순간 두 눈을 번뜩였다. “진짜로 내려와?” “짝!” 그리고 그가 가까이 다가온 순간, 나는 다시 손을 들어 뺨을 내려쳤다. 나는 담담하게 그를 쳐다봤다. 그의 주변에 있는 녀석들이 순식간에 나를 둘러쌌다. “미친 새끼가, 죽고 싶어?” 나는 뒷짐을 쥔 채 눈 한 번 깜빡하지 않았다. “한우현, 잘 생각하고 행동해.” 나의 단호한 모습에 한우현은 조금 움츠러들었다. “너 무슨 말이야? 날 때리고, 내 여자 친구도 때려놓고 나보고 가만히 있으라고?” 그 말을 듣자 나는 조금 웃음이 났다. “임선아가 네 여자 친구면 나에 대해서도 잘 알겠지?” 내 말을 들은 한우현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날 알면서도 감히 나한테 허세를 부리다니, 한우현, 너 진짜 자존심에 목숨도 버리는구나.” 별안간 등 뒤로 급브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색 벤이 멈추더니 안에서 예닐곱 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모두 하나같이 근육이 탄탄하게 자리 잡은 덩치였다. 척 보기에도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지난 생, 내가 한우현의 손을 부러트릴 수 있었던 것은 말이 안 되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한우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 반항할 능력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 임선아를 보호하기 위해 했던 나의 행동들은 임선아에게는 그녀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밖에 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나의 사람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한우현 일행을 에워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쓰레기의 표정이 변해버렸다. “형님, 형님… 제가 형님을 몰라뵀습니다.” “으흠?” “아니, 아닙니다. 제가 머리가 어떻게 됐나 봅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한우현은 자신의 뺨을 내려쳤다. “제가 이렇게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가 보는 눈이 없었습니다. 제가 멍청했습니다!” “임선아의 얼굴을 봐서라도 저 한 번만 봐주세요.” 그 말을 들은 나는 기가 차서 웃음이 다 나왔다. “임선아? 걔도 때리는데 나한테 걔가 무슨 체면이라도 있을 것 같아?” 내 말에 한우현의 낯빛이 퍼렇게 질렸다. 만약 지난 생이었다면 임선아가 다치지 않게 정말로 그를 흠씬 두들겨 팼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나는 아무런 흥미도 일지 않았다. 그렇게 한다면 되레 내가 나쁜 사람으로 보였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이를 가르는 악당이 되는 것이었다. “형님, 제가 이렇게 사죄드리겠습니다. 제가 보는 눈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저 그를 흘깃 쳐다본 뒤 무심하게 손을 내저었다. “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 등을 돌려 떠나며 나는 손을 들어 내 등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냈다. 그 싸움꾼들은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임선아를 위해 기른 사람들이었다. 예전부터 집안에서는 나에게 남자란, 반드시 여자를 보호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었다. 여자가 위험에 빠졌을 때 발 벗고 나설 줄 알아야 제대로 된 오빠이자 제대로 된 남자라고 말했었다. 나는 그 말을 나의 인생의 신념으로 삼았었다. 그리고 임선아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 역시 어렸을 때부터 뼈에 각인된 신념이었다. 나는 기사처럼, 공주를 위해서는 목숨도 저버릴 수 있는 기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면 그건 우스갯거리에 불과했다. 난장은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얼마나 빠른지 학교에 퍼지기도 전이었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계속해서 대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밤에 커뮤니티를 확인하는데 커뮤니티에는 조금 과장된 메시지 몇 개가 올라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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