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장
이석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고준성을 쓱 훑었다.
“여기 왜 왔어?”
“뭐, 별일은 아니고 그냥 형이랑 좀 놀려고.”
“이제 그만 가.”
이석훈은 들고 있던 봉투를 챙겨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고준성은 계속해서 그를 따라왔다.
“이렇게 정 없게 군다고? 나 절대 안 갈 거야.”
뻔뻔하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선 고준성은 슬쩍 봉투 안을 엿보더니 말했다.
“생강차도 샀네? 혹시 그 꼬맹이 생리라도 시작한 거야?”
이석훈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래.”
“와, 내가 오늘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형이 여성용품에다가 생강차까지 사 올 줄이야. 완전 섬세하네.”
지금껏 이석훈은 여자들에게 이렇게까지 자상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여자들이 그를 중심으로 빙빙 도는 게 당연했으니까.
“이따가 다인이 놀라지 않게 조심해.”
이석훈은 고준성에게 단단히 당부한 뒤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화장실 앞에서 문을 두드렸다.
“필요한 거 사 왔어요.”
안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은 강다인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천천히 걸어갔다. 얼굴은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문을 살짝 열고 틈 사이로 가느다란 손을 내밀었다.
이석훈은 그대로 봉투를 건넸다.
‘어라?’
강다인은 봉투를 잡자마자 그 묵직함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이 샀다고?’
문을 닫고 봉투를 열어보니 여러 가지 브랜드의 생리대가 가득했다.
강다인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마 여자들이 뭘 쓰는지 잘 몰라서 여러 가지 다 사 온 게 분명했다.
모두 정리하고 나온 강다인은 거실에 처음 보는 젊은 남자가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멈칫했다.
고준성은 손을 흔들며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난 석훈 형의 친한 친구예요.”
“아, 선생님 친구분이시군요.”
강다인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이석훈의 친구 소유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번 레스토랑에서도 고준성 덕분에 둘째 오빠와 김지우를 쫓아낼 수 있었다.
“혹시 석훈 형이 내 얘기 했어요? 나를 뭐라고 욕하던가요?”
“그런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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