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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장

주한준과 임지아의 덕에 나도 하정욱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방금전까지 오만하게 굴던 비서는 지금 잔뜩 겁을 먹은 채 한 켠에 서서 하정욱의 꾸짖음을 듣고 있었다. 몇 마디 호통을 친 그는 나를 보며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얼른 남 팀장님께 사과하지 않고 뭐해.’ 겉치레는 충분히 하고 있었다. 나는 안절부절해 하는 비서를 보며 조용히 일을 무마했다. “비서님 탓 아니에요. 제가 실수로 떨어트린 거예요.” 하정욱은 그 말에 옆에 있는 주한준과 임지아를 쳐다봤다. 그들의 안색을 살피고는 나를 위로했다. “남 팀장님 정말 아량이 넓으시군요. 전 오늘에서야 남 팀장님이 주 대표님과 임지아 씨와 함께 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 결례를 범한 게 있다면 부디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사과는 나에게 했지만 해명은 주한준에게 들려주는 것 같았다. 다만 모든 업계는 다 비슷비슷했다. 인맥이 하늘보다 중요한 거라 이 행동이 내가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기꺼이 들러리로 있어줄 수 있었다. “허 대표님, 말씀 과하세요. 저희 진아 선배 아량 넓기로 유명하거든요.” 옆에 있던 임지아가 맞받아쳤다. 여전히 보조개가 옅게 패인 모습이었다. “근데 진아 선배, 정말로 허 대표님 회사에서 선배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저희 은근 잘 맞는 것 같은데요?” 나는 발을 움츠리며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발이 은근히 아파와 신음을 꾹 참았다. 하지만 마음은 왠지 모르게 시큰해졌다. 나는 아예 본론부터 꺼냈다. “허 대표님, 저희가 이번에 온 목적은 진심으로 음유시인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싶어서 예요. 하지만 함께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협력사에 대해 전면적이 이해가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번에는 급하게 오느라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간단한 프로젝트 설명 영상을 준비했어요. 길지 않아요, 2분 짜리 영상이에요. 부디 전달해 주시길 바랄게요.” 말을 마친 나는 이미 준비한 USB를 건넸다. 영상은 내가 밤새 편집한 것이었다. 최대한 상세하면서도 간결해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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