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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장

나와 주한준은 결국 서로 불쾌한 기분으로 헤어졌다. 다만 이번에는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던 전처럼 억울하지 않았다. 언제나 모질고 냉정했던 그에게 이제 임지아라는 아킬레스건이 생겼으니. 오래간만에 숙면을 취하고 깨어나 보니 방민아에게서 수많은 메시지가 와있었다. 지난번 엄겨울의 생일파티에서 우리는 카톡 친구로 되었다. “진아 언니, 정말 겨울 오빠랑 사귀어요?” 가십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는 거였군. 보아하니 그녀도 그 게시물을 본듯했다. 나는 하는 수없이 어제 임지아에게 했던 해명을 방민아에게 다시 한번 더 해야 했다. 물론 신신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친구들한테 사실이 아니라고 잘 좀 말해줘.” 온화한 성격의 방민아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빨리 삭제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게시물이 많이 퍼진 모양이었다. 엄겨울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니 마음이 불안하여 견딜 수가 없었던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른 아침부터 전화한 이유가 그거야?” 무덤덤한 말투로 묻는 그의 목소리에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남진아, 그동안 날 속 좁은 사람으로 봤나 본데?” “과대, 난...” “진아야, 난 너랑 스캔들 난거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어.” 엄겨울이 내 말을 자르며 담담하게 고백 아닌 고백을 하는 그의 목소리는 가을 한낮의 따스한 햇살처럼 부드럽고 포근했다. “나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 당황한 나는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렸다. 물론 일부러 엄겨울을 피하려던 의도는 아니었다. 오늘은 고모부가 경안시에 온 둘째 날이었기에 고모부를 만나 봬야 했다. 고모부가 머무르는 곳은 경안시 동부의 평범한 아파트 단지였다. 과일을 사들고 직원 기숙사에 도착하자 고모부의 동료에게서 고모부가 오전 근무라 상가에 순찰하러 나갔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고모부의 동료들에게 과일을 건네준 뒤 길 어귀를 돌아 고모부를 찾으러 나섰다. 몇 걸음 가지 않았을 때 고모부의 더듬거리는 말소리가 귀에 전해졌고 순간 심장이 철렁한 나는 빠르게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짙은 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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