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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내 대답에 임지아의 작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한참 동안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는 임지아를 보며 주한준이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다는 듯 나를 힐끗거리며 입을 열었다. “너는 너야. 그 어떤 사람도 따라 할 필요 없어.” “그 어떤 사람”이라는 말을 할 때 그의 시선은 날카롭게 나를 향하고 있었다. 친절하기도 하지. 행여나 내가 알아듣지 못할까 봐 그런 눈빛으로 확인 사살까지 해주고. 임지아는 깜짝 놀란 듯 그를 바라보면서 속눈썹을 깜박거렸다. 무척 감동이라도 받은 눈빛이었다. 커플의 애정 행각이나 지켜보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았던 나는 “실례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돌아섰다. 과연 임지아가 말한 세탁소를 찾을 수 있었다. 오후 세시, 세탁소 주인으로부터 재킷을 다 세탁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엄겨울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초 뒤, 전화가 연결되고 엄겨울의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아야, 무슨 일이야?” 긴장했는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내가 때아닌 전화를 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아? 너 재킷 세탁 다 됐거든. 너한테 가져다주려고.” “응. 괜찮아.” 엄겨울이 빠르게 대답했다. “6시 후에 볼까?” “좋아.” 시간을 확정한 후 나는 재킷을 챙기고 경안대로 향했다. 학교를 떠난 지 분명히 2년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나와 주한준의 청춘이 가득 찬 이곳에 다시 오자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강의동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엄겨울이 헐레벌떡 내게로 달려왔다. “오래 기다렸어?” 나는 재킷을 그에게 건네주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물었다. “아니.” “일하는 데 방해된 거 아니지?” “코딩을 너무 열심히 한 거야 뭐야? 지금 퇴근 시간이야.” 엄겨울이 나를 흘기며 말했다. “과대! 내가 밥 살게.”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는 것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라던 바입니다.” 엄겨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꾸벅 인사하는 시늉을 했다. 그런데 엄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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