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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김인영은 오히려 재촉하는 이장훈의 모습에 자존심이 상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이장훈이라면 분명 갖은 핑계를 대고 이혼을 미룰 줄 알았다. ‘내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었나?’ 이장훈은 김인영이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자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멍하니 있지 말고 빨리 가자. 난 정말 이제 당신이랑은 한시도 엮여 있고 싶지 않아.” 입구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김인영에게 이상한 눈빛을 보냈다. 김인영은 수치심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씩씩거리며 로비를 향해 걸어갔다. “이혼은 내가 먼저 제기한 거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장훈은 이미 저 멀리 있는 안내데스크까지 도착했다. 이혼 서류와 호적등본 등 필요한 서류가 다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수속은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었다. 수속을 마친 이장훈은 빠른 걸음으로 구청을 나섰다. 김인영은 멀리 떠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앙칼진 목소리로 불러세웠다. “이장훈, 거기 서!” 이장훈은 착잡한 마음으로 걸음을 멈추고 차가운 눈빛으로 김인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 말이 더 남았어?” 김인영은 이혼서류를 흔들며 그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 남남이니까 각자 갈 길을 가는 거야. 하지만 그 전에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나중에 돈 필요해도 나 찾아오지 마. 직장 소개해 달라고 찾아오지도 말고. 난 이제 새 삶을 시작할 거야.” 이혼까지는 성공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이장훈이 자신을 다시 찾을까 봐 불안한 모양이었다. 이장훈은 그 말을 듣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김인영, 잘난 척하지 마. 난 어떻게든 너보다는 잘살 테니까. 너나 앞으로 나 찾지 마!” 말을 마친 그는 김인영의 대답도 듣지 않고 택시를 잡으러 거리로 나갔다. 김인영은 남자 나이 곧 서른에 차도 없이 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는 그의 모습을 보고 비웃음을 지었다. 다가가서 비꼬려고 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장명수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장명수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이혼 수속은 잘 마무리했어?” 김인영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걱정 마, 잘 마무리했어.” 그러자 장명수도 기분이 좋은지 목소리 톤이 확 밝아졌다. “잘됐네. 내가 데리러 갈 테니까 거기 가만히 있어. 오늘 같은 날은 축하파티 해야지.” 김인영은 자상한 그의 제안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럼 빨리 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전화를 끊은 그녀는 장명수가 어떤 이벤트를 해줄까 상상하며 행복회로를 돌렸다. 한편, 이장훈은 거리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가 놀랄만한 광경을 목격했다. 십여 대의 호화 외제차가 줄을 지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누가 프러포즈라도 하나?’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도 호화스러운 스포츠카 행렬을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와, 외제차다! 평소에 잘 보지도 못하던 차종들이 오늘은 줄을 지었네?” “누구 마중을 나가나? 대체 저런 차 끌고 다니는 사람은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김인영도 스포츠카 행렬을 보고 눈을 반짝 빛냈다. ‘명수 씨가 보낸 건가? 이렇게 거창할 줄은 몰랐는데?’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어깨가 올라갔다. 김인영은 길가에 서 있는 이장훈에게로 다가가서 도도하게 말했다. “저리 좀 비켜!” 이장훈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짜증이 치밀어 고개를 돌리고 입을 꾹 다물었다. 굳이 여기까지 와서 길을 비키라는 그녀의 의도를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김인영은 천천히 다가오는 스포츠카 행렬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장훈, 봤지? 이혼하자마자 나 데리러 오는 사람도 있어. 그것도 스포츠카 타고서. 당신은 택시도 못 잡아서 여기서 궁상맞게 서 있는데 말이야. 내가 후회한다고? 그래, 후회해. 더 일찍 이혼했어야 했는데!” 그녀는 조금 전에 이장훈이 했던 얘기에 앙금이 남아 있었기에 말투에 날이 서 있었다. 스포츠카 행렬은 천천히 두 사람의 앞으로 와서 멈추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 누구 마중을 나왔나 봐? 맨 앞에 있는 차 엄청 비싸 보이네.” “저거 코닉세그라는 브랜드야. 차 한 대가 건물 한 채 값이라고 하던데.” “뒤에 있는 차도 괜찮네. 저런 차 한번 타봤으면 소원이 없겠어.” 김인영은 사람들의 주목이 자신에게로 쏠린 것 같아서 활짝 웃음을 지었다. 동시에 이장훈을 버리고 장명수를 선택한 건 참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그녀는 사람들의 충격 어린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코닉세그로 다가가서 차 문을 열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렸다. 김인영은 장명수가 사람만 보내고 어디 비싼 레스토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런데 운전기사는 어처구니없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만 볼 뿐, 움직임이 없었다. “빨리 출발해요. 멍하니 서서 뭐 해요?” 김인영의 말에 운전기사가 미간을 확 찌푸리며 답했다. “죄송하지만 그쪽을 모시러 온 게 아닙니다.” 김인영은 제 귀를 의심했다. “날 데리러 온 게 아니라니… 그럴 리가요! 장난하지 마세요!” 그녀는 운전기사가 이벤트를 위해 몰카를 한다고 생각했다. 장명수가 데리러 오기로 한 시간과 정확히 맞먹는데 아닐 리가 없었다. 운전기사가 정색하며 말했다. “죄송한데 정말 아니에요. 우린 어떤 남성분을 모시러 왔거든요. 그쪽은 여자잖아요.” 남자라는 말에 김인영이 말했다. “어떤 남성분이 당신들을 여기로 보낸 거겠죠. 이런 장난 재미없어요. 계속 이러면 나 정말 화낼 거예요!” 운전기사는 슬슬 짜증이 치밀어서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린 그쪽을 데리러 나온 게 아니에요. 우리가 마중하려는 분은 이장훈이라는 남성분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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