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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장

이장훈의 두 눈에 분노가 스치고 지나갔다. 이미 어제 알아듣게 얘기를 잘한 것 같았는데 이렇게 뻔뻔하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는 한정훈의 뒤를 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한정훈은 이장훈을 보자 날 선 말투로 말했다. “이장훈 씨, 태진그룹이 위기에 몰렸는데 한가하게 지금 여기서 뭐 해요?” 이장훈은 말없이 담담한 시선으로 한정훈을 힐끗 보고는 엘리베이터 전광판만 쳐다보았다. 한정훈은 무시를 당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확 나빠졌다. “내가 잊고 있었네요. 장훈 씨는 여기서 운전기사로 일한다고 했었죠? 하긴, 회사가 망한다고 해도 장훈 씨가 뭐 도와줄 수 있는 건 없겠네요.” 이장훈의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 “내가 도움을 못 준다고 누가 그래요?” 돈이든 인맥이든 그녀가 원한다면 도와줄 수 있었다. 하지만 조수연은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나서지 않은 것뿐이었다. 한정훈은 가소롭다는 듯이 비아냥거렸다. “사람이 분수를 알아야 해요. 장훈 씨가 무슨 수로 회사를 도와요? 운전도 도와주는 건가? 이장훈 씨, 남녀관계는 서로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는 거예요. 장훈 씨는 집안도 변변치 않고 내세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결국은 끝까지 수연이랑 함께하긴 힘들 거예요. 차라리 더 아프기 전에 물러나요.” 이장훈은 들을수록 화가 치밀었다. “한지훈 씨, 말 가려서 하세요. 나도 여기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으니까 더 이상 내 인내심 자극하지 말라고요!” 한정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얘기했다. “내가 끝까지 자극하겠다면 어떡할 건데요? 솔직히 수연이 아니었으면 당신이랑 얘기도 안 했어. 어디서 건방을 떨어?” 이장훈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그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상대를 노려보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렸다. 문이 열리고 조수연이 직원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이장훈은 싸늘하게 한지훈을 힐끗 노려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이장훈이 덤벼들 줄 알고 살짝 당황했던 한정훈은 그가 입을 다물자 가소롭다는 듯이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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