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4장

몇몇 경호원들은 유상진의 옆을 따라다니며 시시각각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이장훈은 그들이 의술을 겨루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어쩔 수 없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장훈은 의술을 겨루고 나서 유상진이 의서를 가지고 떠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만 장천미와 동생이 평온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광고판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환자가 들어왔다. 표정이 약간 괴상한 그 환자는 입꼬리가 아래로 기울어져 있었고 입을 다물지 못하는 듯 침이 입꼬리를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손빠르게 휴지로 입가를 닦은 그 환자는 눈도 약간 기울여져 있는 채로 누군가 입꼬리를 잡아당겨 얼굴 전체가 약간 찌그러져 있는 느낌이었다. 이장훈은 그 사람이 들어오자마자 안면마비라는 걸 알아챘다. 한의학에서는 안면 마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서의학에서는 안면신경염이라고 칭한다. 그는 머릿속으로 적어도 10가지 치료법을 떠올렸다. 환자는 진료소 안을 훑으며 어안이 벙벙해졌다. “어느 분이 의사 선생님이신가요?” 장천미는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제가 의사예요.” 환자는 책상 앞으로 걸어가 이장훈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이장훈은 자신이 환자가 앉아야 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허겁지겁 일어나 장호윤 곁으로 갔다. 장천미는 환자의 얼굴을 살폈다. “안면마비네요. 혹시 최근에 격렬한 운동을 하다가 땀을 흘린 뒤에 골목이나 어디 강가 같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 쉰 적이 있어요?” 환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보면 아시네요. 맞아요. 제가 배드민턴을 치고 나서 지하실 복도에 앉아 있었어요. 거기 바람이 시원하거든요. 제발 저 좀 치료해 주세요.” 장천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상진을 바라보았다. “그쪽하고 내가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처방전을 쓰도록 해요. 어때요?” 유상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게도 자기 실력이 얼마나 쓰레기인 줄도 모르고 덤비시니 할 수가 없네요. 제가 진정한 의술을 보여주도록 하죠.” 말을 마친 그는 처방지 뭉치를 한 장 찢어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