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알겠어요.” 나영재는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가윤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건 그도 이미 아는 사실이었다. 부모님도 그렇고, 할아버지도 그렇고, 그들의 마음속에는 안소희밖에 없다. 나영재는 정서를 누그러뜨리고 회사 아래서 임의로 차 한 대를 끌고 안소희가 보내온 주소로 출발했다. 그가 도착하자 안소희가 먼저 와 있었다. 며칠 만에 그녀를 만났는데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을 떠나도 잘 사는 것만 같았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실연한 여자들과는 달랐다. “아이 외에 가윤이가 당신한테 또 무슨 말을 했어?” 나영재는 앉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안소희는 휴대폰에서 통화 녹화를 찾아 건네 주었다. 나영재는 안소희를 힐끔 쳐다보더니 결국 녹화음을 켰다. 허가윤의 목소리가 왠지 이상했다. 그러자 멈칫하더니 아무런 생각 없이 안소희를 원망했다. “당신 왜 나를 바로 찾아오지 않았어?” 안소희: “?” 안소희는 엄청 평온한 태도로 물었다. “내가 왜 그 여자를 도와야지?” “가윤이가 어려움에 봉착하지 않았으면 당신한테까지 전화하지 않았을 거야.” 나영재의 목소리는 냉기를 뿜었다. 불쾌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안소희는 나영재가 무슨 낯짝으로 이렇게 말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당신 지금 싸우고 싶어?” 나영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더 이상을 대꾸하지 않았고, 안소희의 폰으로 허가윤의 번호를 블랙리스트에 풀어 전화를 걸었다. 안소희는 눈앞의 나영재의 모습을 보면서 상대하기도 귀찮았다. “소희 씨……” 허가윤의 유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야.” 나영재는 상냥한 표정에 안전감이 넘치는 두 글자를 내뱉었다. 안소희는 엊저녁에 먹었던 음식마저 토할 것 같이 역겨웠다. 나영재의 성격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말리지 않았다. 말리면 그저 싸움만 될 뿐이었다. “영재야……” 허가윤이 전화 저 편에서 울고 있었다. “울지 말고 천천히 말해.” 허가윤에 대한 나영재의 태도는 부드러움 그 자체였다. “너……왜 소희랑 네가 내 아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