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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도훈 씨와 소희 씨는 친한 사인가 보네요?" 연청원은 무언가를 눈치챈 듯 다시 한번 떠보았다. "네, 오랫동안 알고 지냈죠." 서도훈은 숨김없이 사실대로 말했다. "사이는 쭉 좋았습니다." 연청원은 나영재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냥 친구 사인가 본데? 정말 서로 마음이 있었으면 벌써 만났겠지, 왜 지금까지 기다리겠어?" "꺼져." 나영재는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안소희는 절대 혼자 손해 보는 법이 없었고, 항상 똑같이 되갚아주는 스타일이었다. 안소희는 말수가 적은 임천우를 바라보며 인사를 하고 입을 열었다. "천우 씨, 천우 씨는 정말 인성도 좋고 출중해서 완벽한 신랑감인 것 같아요." 임천우는 의문스러운 얼굴이었고,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일까? 모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말씀이죠?" 임천우는 무의식적으로 나영재를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출연하신 리얼리티쇼, 저도 봤어요." 안소희는 옛일을 꺼내며 의미심장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 예능에서 하신 말씀,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임천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연청원은 곧바로 물어보았다. "무슨 말인데요?" "미션을 완성하고 게스트들끼리 그냥 얘기를 나누던 중에 나온 화제인데 결혼 후 첫사랑이 돌아왔는데 와이프와 이혼하고 첫사랑을 다시 만나야 할지, 아니면 와이프와 결혼 생활을 이어 나가야 할지에 대해 천우 씨가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잖아요. 정말 맞는 말만 골라서 하시더라고요." 안소희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내뱉었다. 여기까지 들은 연청원은 저도 모르게 나영재를 바라보았다. 이건 영재 이야기가 아닌가? 임천우도 그제야 눈치챘다. 이런 주제를 꺼내자, 모두가 첫사랑을 선택하는 남자를 쓰레기라고 했으며 "지금 연인과 함께 한 시간은 전 연인의 전화 한 통보다 못 하다"라는 의견까지 나왔다. 임천우는 아마도 "쓰레기까지는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던 것 같다. 여기까지 생각한 임천우는 갑자기 밥 먹을 때 나영재가 자신에게 쓰레기라고 욕을 하며 술 마실 생각이 드냐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안소희는 나영재 앞에서 그 예능을 본 모양이었다. "어떻게 말했는데?" 연청원이 임천우의 어깨를 툭하고 쳤다. 임천우는 침착하게 잠시 생각하다 연청원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나영재에게 말을 건넸다. "영재야, 네 행동이 확실히 문제 있는 거야." 나영재는 할 말을 잃었다. 옆에 있던 연청원도 할 말을 잃었다. "그게 칭찬으로 들려?" 나영재는 점점 더 짜증이 났다. 임천우는 보는 눈이 많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고, 피곤한 듯 손으로 미간을 주물렀다. 그 예능에 나갔을 때, 두 사람은 아직 이혼 이야기가 없었기에 임천우는 객관적인 각도에서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영재가 허가윤 때문에 안소희와 이혼을 한다는 말을 들으니, 앞으로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나영재는 몸을 일으키고 두 사람에게 당부했다. "내가 부탁한 거 잊지 말고."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영재는 안소희 옆에 다가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더니 서도훈에게 말했다. "안소희를 만날 생각이라면 재산을 나눌 준비부터 하셔야겠네요. 적지 않게 바라는 여자라서요." "소희만 원한다면 제 재산은 다 소희 겁니다." 서도훈은 진심이었다. 순간, 나영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연청원과 임천우도 살짝 놀랐다. 저게 무슨 소리일까. "그럼 미리 축하드리죠." 나영재는 그렇게 비꼬고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가슴은 점점 더 답답해졌고, 화풀이할 방법조차 찾지 못했다. 서도훈도 안소희와 함께 밖으로 나가 차에 탔다. 안소희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서도훈을 바라보았다. "그런 말은 왜 해?" "난 아저씨 대신 일 보러 온 거야, 이런 말도 다 아저씨가 시킨 거고." 서도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품위 있게 말을 이어갔다. "근데 둘 사이가 생각보다 훨씬 안 좋네."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안소희는 좌석에 기댄 채 말을 이어갔다. "오늘은 왜 저러는지 모르겠네." "질투하는 거야." 서도훈은 보이는 그대로 말해주었다. 안소희는 어이없는 듯 웃으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 "헛소리 하지 마." 머릿속에 첫사랑 생각만 가득 들어찬 사람이 질투는 무슨. "지금 상태를 보니 자기가 질투하는 걸 모르는 거야." 서도훈은 냉철하게 분석하며 흥미진진한 듯 말을 이어갔다. "널 다시는 못 보게 되면 그제야 후회할걸." 안소희는 침묵을 지켰다. 그러면서 사실인 것처럼 얘기하는 서도훈을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재결합하자고 하면 안 할거지?" 서도훈은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응, 절대 안 해." 안소희는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정말 네 말처럼 그렇다고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난 6개월 동안 기회를 줬어, 나영재가 자기 발로 걷어찬 거지." "그럼 다행이고." 서도훈은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 "넌 언제 다시 서울에 올라가?" "너 이혼하면." 안소희는 의문스러웠다. 서도훈은 고개를 들고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가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했어. 강성에서 처리해야 할 일도 좀 있고." "그래." 안소희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 서도훈은 법조계의 특출한 인재이며, 상업계에서도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서도훈은 어렸을 때부터 한 마디로 "엄친아"였으며, 안소희의 아버지가 무척이나 예뻐했다. 두 사람은 쭉 친밀한 사이였기에 안소희는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다는 이유로 서도훈을 간섭하지 않았고, 아버지의 말을 듣지 말라는 소리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더이상 말이 없었고, 서도훈은 안소희를 별장 밖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러고는 안소희가 차에서 내릴 때 한 마디 덧붙였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난 항상 네 편이니까." 서도훈은 안소희의 능력을 알기에 나영재와의 관계도 잘 정리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뒤에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싶었다. 안소희는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알았어."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위층 발코니에서 지켜보던 나영재는 난간을 꽉 잡았다. 휴대폰의 반대편에서 누군가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그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 지금 나영재의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안소희를 붙잡고 어떻게 서도훈과 만나게 되었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사장님?" "사장님, 듣고 계십니까?" "사장님?" 성진영은 휴대폰의 반대편에서 계속 나영재를 불러댔다. 말을 마친 지 1분이나 지났지만 나영재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무슨 일인데." 안소희가 서도훈을 배웅하고 들어오는 모습을 본 나영재는 그제야 핸드폰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성진영은 어이가 없었다. 아까 그 말을 한마디도 못 들었다는 건가? 성진영은 투덜대고 싶었지만 그래도 월급을 위해 다시 한번 그대로 보고했다. "방금 경찰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허가윤 씨 교통사고의 배후에 숨겨진 용의자를 체포했다면서 직접 와보실 건지 여쭤봐달라고 했습니다." "됐어." 나영재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안소희에게 똑바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절차대로 처리해 달라고 해." 성진영은 나영재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의아했지만 더이상 묻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나영재는 통화를 마친 후 거실로 향했고, 마침 안소희도 집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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