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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5장

안소희를 보며 20년가량 잠잠했던 나영재의 마음에 다시 파란이 일었다. 그는 여전히 그녀의 이 고집이 좋았다. “안소희.” 나영재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 “응?” 안소희는 눈을 위로 뜨며 나영재를 바라보았다. “만약에 그때 내가 널 그렇게 대하지 않고 너와 허가윤 사이에서 굳게 널 선택했다면, 그래도 날 떠났을 거야?” 나영재가 편하고 자연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이 문제를 전제로 삼고.” “허가윤 씨가 그때 정말 불치병 때문에 널 떠난 거였다면, 넌 누굴 선택했을 것 같아?” 안소희가 되물었다. 이윽고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나영재는 고뇌하는 눈빛으로 한참 동안 안소희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 만약 지금의 그라면, 단호하게 안소희를 선택했을 테지만 그때의 그는 지금만큼 성숙하지 못했을뿐더러 허가윤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 빚을 갚아야 할지, 막상 실제로 선택을 앞두지 않고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게 우리가 맞지 않는 이유야.” 안소희가 전에 나영재의 질문에 대한 답을 줬다. “만약 진이준 씨한테도 가슴 깊이 새겨진 여자가 있고 똑같이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영재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진이준이 걸어왔다. 그는 안소희옆에 자연스럽게 앉으며 큰 손으로 안소희의 손을 잡았다. “나라면 망설임 없이 안소희를 선택하지.” 진이준의 말을 끝으로 세 사람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 나은과 아이들이 되돌아와서야 분위기는 점점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12시 반. 함께 점심을 먹은 후 나영재와 조진한은 더 머무르지 않고 오후에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떠났다. 그들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은은 오늘 점심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안소희와 진이준을 번갈아 보며 넌지시 물었다. “아까 저희 없을 때 영재 아저씨랑 무슨 얘기 나누셨던 거예요?” “별것 아니야.” 진이준은 나은에게 알려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나영재는 나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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