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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영재는 나를 따라와." 할아버지는 몸을 일으켜 섰고, 손에는 지팡이가 들려있었다. 나영재는 안소희를 한 번 보고는 할아버지와 함께 자리를 떠나 서재로 가서 얘기했다. 나 여사는 안소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많이 한 얘기는, 언젠가 나영재가 평생을 함께 해도 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나씨 가문은 언제든 그녀를 환영한다는 것이였다. 이 집에서, 안소희는 따뜻함을 느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과 같이 따뜻한 나날들이였다. 30분 뒤, 나영재는 할아버지와 얘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나영재는 늘 그래왔듯이 얼굴색이 어두웠고, 그 누구라도 그의 기분이 안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리 가, 여기서 눈꼴 사납게 하지 말고."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할아버지는 울분이 터지는 듯 했다. "남은 한달 동안 소희를 잘 보살펴. 혹시라도 그 아이가 서러움을 느끼게 되면, 난 너의 모든 돈을 소희에게 줄거야." 나영재는 기품이 출중했고 입술을 살짝 열며 말했다. "알겠어요." 두 사람이 막 떠나려던 찰나, 나 여사가 갑자기 "잠깐만."이라고 했다. 나영재와 안소희는 같이 눈길을 돌렸고, 밤 하늘을 가득 채운 달빛이 두 사람의 몸에 비춰져 마치 그들 사이의 거리를 가깝게 해주는 듯 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착각일 뿐이였다. "이혼할 때 재산 분할은 다 얘기됐어?" 나 여사는 혹여라도 안소희가 손해 볼것 같아 걱정스럽게 얘기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소희가 손해보게 안할거에요." 나영재는 가족들에게 안소희가 돈을 밝힌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 상세한 내용은 얘기하지 않았다. "집, 차, 돈, 하나도 빠짐없이 챙겨줄거에요." "집, 차, 돈 말고도 너 그 주식이나 채권 같은 것도 소희한테 나눠줘." 나 여사는 전혀 농담하는 분위기가 아니였다. 나영재: "......" 내가 정말 친아들이 맞기는 한걸까? 나 씨 할아버지: "네 엄마 말이 맞다." 나기훈: "내 아내 말 들어. 내 아내가 너때문에 신경 쓰게 하지 말고." "알았어요." 나영재는 속에 불만을 가득 담은 채로 안소희를 데리고 차에 탔다. 이미 이혼 얘기를 다 했으니, 두 사람은 더이상 친한 척 연기하지 않았다. 밖으로 달려가는 차의 뒷모습을 보노라니, 나 여사와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차 후미등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그들은 시선을 거두었다. "애들 일은 애들이 알아서 하게 해요, 걱정하지 말아요." 나기훈은 아내의 손을 잡고 있었고, 목소리는 낮고 따뜻했다. 나 여사가 한숨을 쉬자, 그는 그녀의 등을 다독여주었다. "당신 나한테 뭐 설명해야 할게 있지 않아요? 전에 얘기했던 누구 대신이니 뭐니, 그건 다 무슨 얘기에요?" 나 여사는 얘기를 다시 끄집어 냈다. 여전히 잘 생긴 남편의 얼굴을 보며 "당신 부자 간에 무슨 비밀이 있어요?"라고 물었다. 나기훈: "..." 나 여사: "말 안할거에요?" 나기훈: "아들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나 여사: "현정이가 같이 여행 가자고 했어요, 멋진 젊은이들도 많다고 하던데......" "방으로 들어가요." 나기훈은 아내의 손을 만지작거렸고, 멋진 두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졌다. "들어가서 천천히 얘기하죠." ...... 차는 로얄 가든 별장을 향해 달려갔다 두 사람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나영재는 이미 스무 번도 넘게 안소희에게 시선을 보냈고, 뭔가 물어보고 싶었으나 또 다른 것들이 걱정되어 말을 꺼내지 못했다. "할 말 있으면 그냥 해." 안소희는 계속해서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의학을 공부했어?" 나영재는 정말 궁금했다. 그는 자신이 그녀를 한번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니." 안소희는 뒷좌석에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냥 취미로 책을 좀 읽었어." 나영재의 눈빛이 점점 더 깊어졌다. 왜 그녀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까? "잠시후 돌아가서 엄마 말대로 이혼 계약서 다시 쓰자." 나영재는 안소희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대신해서 가족들의 곁을 지켜줬다. "결혼 후 재산은 반반씩 나눠." "필요 없어." 안소희는 "전에 얘기했던 걸로 충분해."라고 말하며 거절했다. 나영재는 그녀를 꿰뚫어 보려는 듯이 자세히 보았다. 이 사람 너무 모순적인거 아닌가? 돈을 많이 달라고 했다가, 또 돈을 돌같이 보다가? "결혼 후 내 재산 목록도 리스트를 만들어 당신한테 줄게." 안소희는 한참 고민하다가 내키지 않는 듯 말했다. "반반씩 해." 나똥개가 그 재산을 가지고 허가윤을 먹여살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언짢았다. 하지만 나똥개가 준게 하도 많으니, 그녀도 자기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필요 없어." 나영재는 깔끔하게 거절했다. "네 재산 정도는 내가 1분이면 벌 수 있어." 안소희:"......" 한번 벌어서 보여주시지. 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온 후, 안소희는 전에 서명한 이혼 합의서를 꺼내 앞서 논의한 내용에 따라 다시 재산분할을 했다. 나똥개가 그의 돈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니, 그녀도 굳이 주고 싶지는 않았다. 저녁 11시. 이혼 합의서가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졌고, 안소희는 "이제 당신이 서명할 차례야. 모레 이혼 신청하러 가."라고 말하며 그의 앞으로 이혼 합의서를 내밀었다.. 펜을 쥐고 있는 나영재의 시선이 아름다운 손글씨로 쓴 안소희라는 세글자에 멈췄다. 안소희가 이 합의서에 서명할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그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결혼하자고 한 것도 본인이였고, 이혼하자고 한 것도 본인이였다. "안소희." 그는 이제야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된 듯 했다. 안소희는 휴대폰을 보며 서도훈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고, 나영재가 부르는 소리를 듣자 그냥 담담하게 답했다. "왜?" "이혼 후 어려운 일 있으면 날 찾아 와." 나영재의 목소리는 아주 감미로웠고, 이 말에 적당한 이유를 찾아 둘러댔다.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널 아주 좋아하셔. 비록 부부는 아니지만 친구는 할 수 있잖아." "인터넷에 이런 말이 있어." 안소희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조용히 말했다. 나영재: "뭐?" "제일 좋은 전 애인은 죽은 듯이 있어야 한다." "......" "그럼 전 남편은 더 말할 것도 없잖아." 말이 떨어지자, 나영재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올랐고, 거의 아무런 고민도 없이 힘있게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 이 여자한테 잘해줘야 겠다고 생각하다니, 내가 미쳤지. 사람을 이렇게 죽기 직전까지 기를 채우는 능력이 있으니, 말싸움만 대신해줘도 꽤 큰 돈을 벌겠네. "그럼 그 문장 잘 기억해둬." 나영재는 영문 없이 갑자기 화가 났고 자신도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전 부인." 안소희는 이혼 합의서를 받아들고, 자신의 돈을 나영재에게 줘서 허가윤이 쓰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걱정하지 마요, 난 좋은 전 부인이니까." 나영재는 더욱 화가 났다. 그는 옆에 있는 코트를 집어들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위층으로 올라갔다. 더 이상 머물면 기가 차서 죽을 것 같았다. 안소희도 그의 기분을 달래줄 생각이 없었고, 이혼 합의서를 챙긴 후 휴대폰을 가지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반년 전 그 전화를 받은 이후로 둘은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 그나마 각방을 써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이혼하는 마당에 애라도 생기면 정말 큰일이였다. 방으로 돌아가 이혼 합의서를 내려놓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서도훈한테서 [도착했어.]라고 문자가 왔다. 안소희: [내일 만날까?] 메시지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안소희도 끊지 않고 바로 받았다. "여보세요." "너 정말 나영재와 결혼한거야?" 상대편에서 장난스러우면서도 부드러운 저음이 들려왔다. "그래." "지금은 이혼할 계획이고?" "그래." "알겠어." 서도훈은 백은우처럼 그렇게 수다스럽지 않았고 벤에 앉아있는 그의 입가에는 매혹적인 미소가 유지되고 있었다. 안경을 쓴 그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신사적인 느낌을 주었다. "장소와 시간 보내,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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