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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장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이가 많이 힘들었어. 그런 아이한테 사랑을 줘서 고마워. 예전부터 우리 손주 며느리를 보고 싶어서 지훈이한테 데리러 오라고 했어. 지훈이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이라 확신했었지. 그런데 네가 몸조리를 한다고 해서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2년 전 내가 많이 아팠거든. 다시는 우리 손주 며느리를 볼 기회가 없을 까봐 지훈이한테 꼭 데려오라고 했었어...” 눈물이 저도 모르게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단순히 손주 며느리가 보고 싶었거늘, 나는 참 잔인한 사람이다!’ 나는 흐느끼며 할머니한테 말했다. “죄송해요, 할머니. 너무 죄송해요.” “널 탓한 적 없어. 할미를 보러 오지 못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 할머니는 나의 손을 두드리며 말했다. “비록 그날 널 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볼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야. 그날 너도 많이 아팠다고 지훈이가 그랬는데, 지금은 괜찮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할머니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할머니는 여전히 인자했다. “네가 건강하다면 다행이야. 나중에 증손주를 안겨주면 여한이 없을 것같아.” 이에 도우미가 웃으며 말했다. “곧 있으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떨어지기조차 아쉬워했잖아요. 아마 증손주가 곧 태어날 지도 모르겠네요.” 이때, 하지훈이 과일을 들고 나타났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붉어진 두 눈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나는 가까워지는 그의 발을 봤다. 이윽고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할머니한테 말했다. “할머니, 잔치가 시작됐어요. 이제 내려갈까요?” “조금만 기다려.” 할머니는 손을 놓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아직 손주 며느리랑 할 얘기가 많이 남았어. 조금만 기다리라고 해.” 할머니가 이럴수록 나의 죄책감만 커져갔다. 나는 입을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할머니가 하지훈한테 말했다. “오늘 팔순 잔치는 손주 며느리 본 거로 만족할게. 선물을 필요없고 증손주나 안겨줘.” “아이요?” 하지훈이 가볍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의 말투에서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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