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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장

하지훈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차가운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그의 시선에는 비아냥거림이 담겨 있었다. 사실 하지훈이 대답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 비웃는듯한 눈빛만으로도 이미 모든 사람에게 정답을 말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훈이 대표 사무실로 들어간 후 우리 사무실은 곧바로 비웃음 소리로 가득 찼다. “내가 말했잖아. 어젯밤 대표님이 저 여자랑 있을 리가 없다고.” “정말 역겨워. 허풍도 적당히 해야지.” 고청하의 얼굴에도 자신감이 가득했다.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숙인 채 일에 집중했다. 장민지는 다급하게 나에게 속삭였다. “왜 반박 안 해요?” “내가 어떻게 반박해요? 어젯밤 대표님이 나랑 같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근데 대표님이 어제 식당에서 누군가와 일을 논의했다면서요? 아영 씨가 알 정도라면 분명히...” “그냥 우연히 마주친 것뿐이에요.” “뭐요? 그럼 처음부터 제대로 말해줬어야죠. 이제 와서 이걸 어떻게 수습하라고요...”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민지 씨가 나한테 명확하게 말할 기회를 주긴 했어요?” 그러자 민망해진 정민지가 코를 긁적였다. “모든 허풍이 다 통하는 건 아니네요. 하지만...”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난 아영 씨가 대표님을 다시 잡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꿈속에서는 뭐든지 다 가능하지.’ 사무실 안의 비웃음은 한참 동안 이어지다가 점차 사그라졌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오히려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오전 일을 시작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비서팀장이 내 책상을 두드렸다. 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죠?” “대표님이 부르세요.” 비서팀 팀장은 그 한마디만 던지고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장민지가 나를 향해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대표님이 누구도 부르지 않고 아영 씨만 불렀어요. 내가 보기엔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어서 들어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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