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2장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지훈을 향해 말했다. “하지훈, 너 내가 아기 낳아주길 원하지 않았어?” 그러자 하지훈의 표정이 눈에 띄게 순간 굳어졌다. 곧이어 눈빛에 어두운 기색이 스쳐 지나가더니 긴장한 듯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갑자기 그 얘기는 왜 꺼내는 건데?” “아기 낳기 전에 몸부터 준비해둬야 한다는 거 몰라? 준비 기간에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내가 아무런 표정 없이 말했으나 그의 커다란 몸집은 크게 흔들렸다. 하지훈의 목소리는 더욱 낮아지고 긴장된 기운이 가득했다. “그 말은 나랑 아기 낳을 생각이 있다는 거야?” 그의 질문에 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지금까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늘 강압적으로 아기를 낳게 하려 했던 게 누군데... 과연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의미가 있나?’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하지훈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난 요즘 술집도 안 가고 술도 안 마시고 있어. 몸을 잘 가꿔서 준비하려고.” 숨을 살짝 들이마시는 하지훈의 눈빛이 갑자기 깊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허리를 감싸고 세면대에 나를 밀어붙이며 물었다. “정말 나 속이는 거 아니지? 여태 정말로 준비하고 있었어?” 잠깐 망설인 그 순간 하지훈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나는 서둘러 그의 입가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분명 하지훈의 몸이 잠시 굳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정말이야. 생각해봐. 술을 좋아하던 내가 이렇게 오래 술을 끊고 있었던 건 다...” 하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는 갑자기 내 입술을 막아버렸다. 조금 전의 냉담한 태도도 사라지고 하지훈은 나를 세게 끌어안은 채 열정적인 입맞춤을 하며 내 옷 속으로 손을 넣었다. 그의 손길에 온몸에 힘이 빠진 나는 하지훈의 어깨를 밀치며 말했다. “이러지 마...” 정말 무서웠다. 조금 전까지도 나를 증오하듯이 대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열정적으로 안아주다니... 하지훈의 감정 기복은 너무 심했다. 아니나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