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장
정순자가 급히 그 남자에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런 일 없어요. 그냥 애들이 다투는 거예요. 제가 지금 달래고 있던 참이었어요.”
“아니에요! 거짓말이에요! 저 사람들이 저에게 데이트 강간 약물을 먹였어요. 제발 경찰 불러주세요, 도와주세요...”
정순자는 능청스럽게 혀를 차며 말했다.
“아휴, 얘가 왜 이러는 거야? 점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
정순자는 여우주연상에 버금가는 연기로, 조금 전까지 그 악랄한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숨기고 어느새 자애롭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짓고 있었다.
정순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맞은편 남자를 향해 말했다.
“우리 강재민이가 덤벙대긴 하지만, 애들이 싸울 수도 있는 거죠. 괜히 경찰 부르면 큰일나잖아요. 허위신고라고 책임을 묻기라도 하면 서로 골치 아파질 거예요.”
정순자의 말에 맞은편에 살던 이웃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말리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네요. 아가씨, 집안싸움은 집안에서 끝내요. 경찰까지 부르는 건 좀 오버 아니에요?”
“아니에요! 다툼이 있었던 게 아니에요! 저 사람들 진짜 저한테 약을 먹였어요. 강간하려고 해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두려움이 극에 달하면서 나의 목소리는 점점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맞은편 이웃은 일이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듯 문을 닫아버렸다.
나는 절망적으로 울며 외쳤다. 몇몇 이웃들이 문을 열어 보았지만, 정순자의 자애로운 연기에 모두 속아 넘어갔다.
정말 무서운 사람은 겉으로 악랄한 사람이 아니라, 자애로운 척하며 속에 독을 숨긴 사람이었다.
강재민은 나를 집 안으로 끌고 가 소파에 내던졌다. 가까스로 배를 부딪치지 않고 소파를 붙잡고 몸을 가다듬었다.
도망칠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급히 가방을 뒤져 휴대폰을 찾았지만, 찾자마자 강재민이 그것을 빼앗아 갔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조용히 있어요. 안 다치게 할게요.”
“꺼져!”
나는 차갑게 외쳤다. 그의 얼굴이 잠시 굳어지더니, 정순자를 힐끔 바라봤다.
정순자는 문을 닫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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