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장
하지만 하지훈은 손을 떼지 않았고 오히려 음험하게 물었다.
“만약 그때 하석훈이 국내에 있었으면 넌 정말 찾아가서 돈을 빌려 집안의 빚을 갚고 석훈이의 여자가 됐을 거야?”
“아니야.”
그때의 내가 하석훈을 찾든 말든 지금 나는 그저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대답하면 조금이나마 하지훈을 기쁘게 해주어 나의 턱을 놓아줄 줄 알았는데 그는 오히려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
“도아영, 하석훈이 너를 좋아하는 줄 알아? 그때 너에게 접근한 것은 단지...”
“그만해!”
‘정말 짜증 나!’
한 사람은 하지훈의 마음속에 여신이 있어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하석훈이 나를 접근한 것은 다른 목적이 있었을 뿐 나를 좋아한 게 아니라고 했다.
‘왜? 나는 진정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 광대처럼 농락당해야만 해?’
나를 매섭게 노려보던 하석훈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는데 악마보다 더 무서워 보였다.
그는 내 턱을 놓고 뒤로 기대더니 또 담배에 불을 붙이며 쌀쌀하게 웃었다.
“하석훈이 너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하니 안달이 났어?”
“그것 때문이 아니야.”
나는 몸을 곧게 펴 앉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우리 계약이 끝나기 전에 난 너에게 미안한 짓을 하지 않을 거야.”
“그 뜻은 계약이 끝나면 나에게 미안한 일을 하겠다는 뜻이야?”
“그럴 수 없어.”
“어떻게 믿어?”
“믿지 못하면 관둬. 그리고 애인 계약이 끝나면 우리 둘은 관계가 없어지는데 내가 누구랑 있어도 너에게 미안하지 않을 거야.”
이 말을 하자마자 나는 후회했다.
‘이 말 때문에 애인 관계를 끊지 않으면 어쩌지? 휴.’
화내다 보니 생각하지 않고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은 것 같았다.
하지훈은 두 눈을 가늘게 떴는데 그 눈빛에는 위험하고 냉혹한 빛이 반짝였다.
“택시 타러 갈게.”
나는 차 문을 열고 내리며 말했다.
하지훈은 나를 말리지 않았고 그저 음험하게 웃고 있었는데 마치 도망갈 수 있을 것 같냐고 묻는 것 같았다.
주도권을 틀어쥔 악마처럼 자기 손에 잡힌 사냥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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