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5장

강재민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 생각났어요. 이제야 알겠네요. 아영 씨가 어제 식당에서 저분의 여자 친구께 실례를 범했던 거 기억해요? 그래서 저분이 이렇게 직접 찾아온 게 아닐까 싶네요. 아니면 어제 그 예쁜 여성분이 계산도 안 하고 그냥 가버렸을 리가 없잖아요. 아영 씨가 괜히 그 여성분을 건드려서 이분이 직접 따지러 왔나 보네요.”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제삼자인 강재민의 눈에도 하지훈이 고청하의 남자 친구같이 보였나 보네.... 게다가 내가 괜히 고청하를 건드려서 이렇게 일이 커진 거로 생각한다는 거잖아.' 씁쓸한 마음을 억누르고 천천히 돌아섰다. 하지훈은 식당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처음 구내식당으로 들어올 때부터 하지훈은 여기에 앉아 있었지만, 뒤돌아 앉아 있었던 탓에 나는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만약 그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면 절대로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훈은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담배 연기를 내뿜자, 연기가 그의 주위를 휘감으려 여유롭고 위압적인 자태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강재민과 몇몇 공사장 작업 동료들은 그에게 압도된 듯, 조심스럽게 그의 정체에 대해 수군거렸다. 강재민은 내 소매를 잡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영 씨, 가서 사과하는 게 어때요? 아니면 그 여자 친구한테라도 가서 사과하면 될 텐데...” 나는 강재민을 째려보았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사과하라는 거야? 게다가 고청하한테 사과하라니? 어이가 없네.’ 하지훈은 담배 연기를 뿜으며 나를 한 번 쓱 보더니 강재민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사귄 거예요?” 강재민은 순간 당황하며 얼버무렸다. “네? 무슨...” “당신 여자 친구랑, 두 사람 언제부터 사귄 거냐고요.” 하지훈은 담담한 어조로 담뱃재를 털며 물었다. 내가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강재민이 먼저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저희... 한, 한 달 정도 됐습니다.” “한 달?” 하지훈은 비웃음 섞인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급했나 보네. 그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