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장
배 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두려움을 참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훈은 피식 웃으며 담배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나서 소파에 기대며 말했다.
“혹시 그 녀석을 고른 이유가 담배 안 피우는 남자라서야?”
“...”
그의 상상력은 정말 끝이 없었다.
나는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훈, 믿든 말든 강재민 씨는 그냥 직장 동료일 뿐이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제발 그런 식으로 추측하지 말아줘.”
“직장 동료?”
하지훈은 그 말을 곱씹으며 소파 등받이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두드렸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하지훈이 나가지 않으니 나도 잠들 수 없었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하지훈, 오늘 밤 여기 왜 온 거야?”
하지훈은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할머니가 너에게 줬던 그 팔찌 말이야...”
“그 팔찌 수리해 놨어. 살짝 금이 갔지만, 전혀 티는 안 나. 대신 정말 미안하다고 할머니께 전해 줘.”
하지훈은 천천히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뭐라고? 내가 고작 팔찌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
“더 할 얘기 있어?”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지훈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고, 마치 화를 억누르려는 듯 깊게 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를 보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제발 부탁할게. 매번 말할 때 제대로 네 생각을 말해 줄래? 항상 애매모호하게 말하고 나서 나중에 내 기억력을 탓하는 건 너잖아!”
하지훈은 기가 찬 듯 쓴웃음을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말을 제대로 안 한 게 아니라, 네가 나에 대해... 한 번도 진심으로 신경 써본 적이 없어서 그래.”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훈, 마음속에 영원히 잊지 못하는 여자를 품고 있는 건 너잖아! 네가 감히 나한테 진심을 운운해? 도대체 뭐가 문제야?’
내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하지훈이 다시 다가와 위압적인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나랑 같이 돌아가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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