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여보세요, 누구세요?”
“아영아...”
이 부드러운 호칭을 듣자 내 마음은 곧 긴장되었다.
하석훈이었다.
하석훈은 상처받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젠 내 전화를 안 받기로 한 거야?”
“무슨 일로 찾았어?”
사실 예전에 나와 하석훈은 명확한 커플 관계가 아니었다.
서로에 대한 약속도 없고 감정을 아직 잘 모르는 그런 나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에게 항상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석훈은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어젯밤... 너 괜찮아?”
내가 어젯밤에 냈던 비명과 통제되지 않은 신음을 그는 다 들었고 무슨 일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괜찮아... 성인 남녀 간의 정상적인 행동인데 뭐.”
하석훈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잠시 후 그의 나지막한 숨소리만 들렸다.
예전에 나는 그와 서로 풋풋한 감정이었는데 그 감정이 우리 둘에게 족쇄와 짐이 되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싶었다.
“별일 없으면...”
“아영아, 나와서 한번 만나자.”
갑자기 입을 연 그의 말투에 슬픔이 더해졌다.
나는 참을 수 없었지만 하지훈의 경고를 떠올리며 거절했다.
“미안해, 오늘 밤 몸이 안 좋아서 일찍 쉬고 싶어.”
“허...”
하석훈은 머쓱하게 웃었다.
“그냥 한 번 만나는 것도 싫어? 우리 사이가 정말 불가능하더라도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아?”
그의 말도 맞았다. 확실히 말해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야 나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끊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하지훈의 경고가...
“아영아, 나와서 한번 만나자. 네가 나를 따로 만나기 싫은 것을 알고 유라도 불렀어. 옛 동창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모여도 되지 않을까?”
하석훈의 말투가 비굴하고 슬퍼서 나는 마음이 미안하고 괴로웠다.
“그래, 주소 줘.”
주소는 찻집이었는데 내가 갔을 때 조유라와 하석훈이 이미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영아, 서서 뭐 해? 이리 와.”
하석훈이 나를 보고 얼른 다가와서 끌어당겼지만 나는 그의 손을 피해 조유라의 옆에 앉았다.
그는 한참 동안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는데 얼굴에는 나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는 허탈함이 가득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조유라는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어젯밤 왜 갑자기 돌아갔어? 괜찮아? 그리고 이 더운 날에 왜 아직도 긴 팔과 긴바지를 입고 옷깃을 그렇게 높였어? 안 더워?”
그러더니 조유라는 내 옷깃을 잡아당기려 했다. 나는 얼른 그녀의 손을 잡고 대답했다.
“감기 기운이 있어.”
고개를 들었을 때 난 하석훈의 복잡한 눈빛과 마주쳤다.
나는 어색하게 시선을 돌리며 마음속으로 하지훈을 욕했다. 억지로 내 몸에 많은 흔적을 남겼는데 특히 목덜미는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하석훈은 일어나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주었다.
조유라는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역시 석훈이가 아영이한테 자상하게 대해줘. 처음부터 석현이가 아영이를 가장 예뻐했지. 너희 둘이 만약에...”
“유라야!”
나는 유라의 말을 끊고 그래도 그들에게 분명하게 말해야 일련의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하지훈을 좋아하게 됐어.”
“... 뭐?”
조유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