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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예전에 나는 하지훈 앞에서 이토록 조심스럽고 무기력한 적이 없었다. ‘사람이 초라해지면 역시 다르네.’ 전화가 연결되자 하지훈의 음침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는데 모골이 송연하게 한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미안해. 방금 잠이 들었어. 깨어나서 전화를 받으려고 했는데 이미 끊어졌어.” “그래?” 하지훈은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은 뭐해?” 나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잠자고 있었어. 너의 전화 소리에 깨어나 지금은 침대에서 전화하고 있어.” 거울 속에 비친 흔들림 없이 차분한 얼굴을 보며 거짓말을 잘하는 나의 능력에 감탄했다. 하지훈의 웃음은 더 짙어졌는데 그 웃음소리는 오히려 등골이 오싹해지게 했다. 역시 하지훈처럼 평소에 웃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웃지 말아야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럼 내가 너를 깨웠다는 거네?” 분노도 기쁨도 없이 차분한 하지훈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갈피를 잡을 수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아니야. 악몽을 꾸었는데 네가 전화 와서 다행히 깼어. 무서운 꿈이었거든.” “허허...” 하지훈은 또 웃었지만 웃을 때마다 나는 신경이 곤두서며 긴장해졌다. ‘정말 무서워!’ 곧 그는 웃음을 거두어들이며 물었다. “지금 어디야?” 헉! 이 말을 들은 나는 그의 두 눈이 등 뒤에서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아 급히 화장실 문 앞으로 다가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어. 불안한 마음 때문일 거야. 게다가 하지훈은 여신과 함께 보내느라 클럽에 올 시간이 없을지도 몰라. 또 클럽에 오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 그가 클럽에 있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생각한 나는 여전히 차분하게 대응했다. “집이야. 잠을 자는데 집이 아니면 어디겠어?” “허허...” ‘또 웃었어!’ 그의 웃음소리에 나는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좋아. 정말 좋아.” 그의 뜬금없는 말과 나지막한 말투에 나는 갑자기 움찔했다. 어쩐지 기분이 점점 더 이상해진 나는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지훈아, 너는 지금 뭐 하고 있어? 언제쯤 돌아올 것 같아?” “나? 지금 밖에서 술 마시고 있어. 왜 그래?” 술이라는 단어에 신경이 곤두선 나는 마음을 다잡고 물었다. “어디서 술을 마셔?” “클럽이야. 너도 올래?” 섹시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는 분명 듣기 좋았지만 나는 오히려 오싹해졌다. “아, 아니야. 난... 그만 잘래.” 말을 마친 나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역시 사람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됐다. 두렵기도 했고 또 그 거짓말을 위해 수백 가지 구실을 만들어 끊임없이 거짓말을 보충해야 했다. 결국, 이 거짓말이 들통날 때는 또 거짓말이 가져다주는 벌과 두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나는 그저 하지훈이 지금 다른 클럽에서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전화가 와서 나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이 클럽에 더 머무를 수 없었고 서둘러 돌아가야 했기에 는 하석훈과 조유라에게 인사하고 떠나려고 화장실에서 서둘러 나왔다. 하지만 화장실 복도에서 막 나왔을 때 나를 누군가 끌어갔고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몸이 차가운 벽에 세게 부딪혔다. 비명을 지르자마자 부드러운 입술이 나의 입을 틀어막았는데 코끝에서 익숙한 냄새가 풍겨왔다. 나는 멍해진 채로 눈앞에 확대된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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