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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자책하는 윤슬

그녀의 두 눈에 교활한 눈빛이 스쳐 지났다. 그걸 캐치한 부시혁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평온한 얼굴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뭐?" "당신이 저한테 잘해줬냐고 물어봤어요. 만약 잘해주지 못했으면……." 윤슬은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컵을 들고 있던 부시혁의 손이 살짝 떨렸다. "못했으면?" 윤슬은 힘이 들어간 그의 손을 보고 입을 가리며 웃었다. "당연히 당신을 쫓아내야죠. 당신이 육씨 가문의 대문을 들어가지 못하게. 그리고 저한테 헤어지라고 그랬어요." 이 말을 들은 부시혁은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옥순의 뜻은 그가 단풍이한테 잘 못하면 헤어지라는 뜻인 걸 알지만 그래도 그는 그 단어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가 안간힘을 써서 다시 품에 얻은 여자였다. 헤어진다는 이 단어는 그에게 너무 불길했다. 그렇기에 그가 기뻐할 리가 없었다. "그럼 넌? 어떻게 대답했는데?" 부시혁은 입술을 한번 꾹 다물고 조금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윤슬은 그가 시무룩해지자 피식 웃었다. "당연히 잘해 준다고 했죠. 만약 잘 못 해줬다고 하면 어머님은 벌써 칼을 들고 찾아왔을 거예요." 이 말에 부시혁의 원래 불쾌했던 기분이 순간 사라졌다. "걱정 마세요. 당신이 절 어떻게 대했는지 제 속으로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눈뜨고 거짓말할 순 없죠." 윤슬은 자기 컵을 들고 물을 마셨다. 부시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말했다. "알아." "그럼 저녁에 언제 갈까요? 어머님께 담장을 보내야 하거든요." 윤슬은 컵을 내려놓고 그에게 물었다. 부시혁은 팔을 들고 시계를 한번 봤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7시. 이따가 고택에 한번 가봐야 해. 할머니한테 물어볼 일이 있거든." 여기까지 말한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얼굴도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어머니가 자신을 대역으로 생각하고 키운 걸 할머니도 알고 있었는지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윤슬은 부시혁의 바뀐 표정을 보고 입을 열고 뭐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엔 그녀는 입을 다물고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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