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화 윤슬이랑 이혼한 거 후회해?

부시혁의 집. 왕수란은 가정부에게 윤슬이 썼던 침대, 앞치마, 그릇과 젓가락, 신었던 신발까지 모두 버리라고 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집에 돌아온 부시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왕수란이 중얼거리며 말했다. “이제 유나가 들어올 건데 그 계집애 물건 가지고 있어서 뭐해?” 왕수란은 황급히 부시혁에게 다가가 말했다. “시혁아, 너 윤슬이랑 이혼한 거 아니야? 네가 힘들게 번 돈이니 한 푼도 줄 생각하지 마!” 부시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윤슬은 아무것도 필요 없데요.” 왕수란이 못 믿겠다는 듯 말했다. “말도 안 돼! 돈 한 푼도 없는 얘가 어떻게 아무것도 필요 없데? 돈도 없이 어떻게 그 모델 남자애 먹여 살린데?” 부시혁은 윤슬과 유신우를 생각하자 짜증이 났다.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장 비서에게 이혼 합의서를 가져오라고 하며 왕수란에게 보여줬다. 위층으로 올라오니 고유나가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고유나는 고개를 들어 부시혁을 보고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왔어?” 부시혁은 고유나의 웃는 얼굴을 보자 짜증 났던 마음이 싹 가라앉았다. “몸은 좀 괜찮아?” “괜찮아. 방에만 있기 심심해서 아무 책이나 읽고 있었어.” 고유나는 책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일어나 부시혁에게 백허그를 하며 말했다. “시혁아, 윤슬이랑 이혼한 거 후회해?” 부시혁이 나지막이 말했다. “어차피 사랑하지도 않았는데 후회될 게 뭐 있어. 그리고 윤슬이 먼저 바람피워서 이혼한 거잖아.” 고유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부시혁은 몸을 돌려 고유나를 껴안았다. “이제 더 이상 윤슬 얘기 꺼내지 마.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네 몸이야. 다음 달에 아버님이 널 위해서 연회를 준비하셨으니까 빨리 나아야지.” 고유나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알겠어.” 고유나는 부시혁이 방에서 나가자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가씨, 시키실 일 있습니까?” “교통사고에 대해서 아빠한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알죠?” “네. 아가씨.” 고유나는 전화를 끊고 창문에 있는 선인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부시혁은 회사로 돌아와 장 비서를 불렀다. “푸른 태양의 심장은 어떻게 돼가요?” 장 비서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미국 쪽에 일이 생겨서 일주일 이내로 도착한다고 합니다.” ‘푸른 태양의 심장’ 목걸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K의 히트작으로 전국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귀한 것이다. 장 비서는 부시혁이 이 목걸이로 고가 집안 연회에서 고유나에게 청혼할 것을 알고 있었다. 장비서는 문득 부시혁과 6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던 윤슬이 생각났다. 부시혁은은 단 한 번도 윤슬에게 선물을 한 적이 없다. 값비싼 선물은커녕 꽃 한 송이도 한 준 적이 없다. 어느 날 한 번은 윤슬이 도시락을 챙겨 부시혁을 보러 회사에 갔다가 매몰차게 쫓겨나 회사 직원들에게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다. 그래서 모든 직원들은 부시혁이 아내를 무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후에도 몇 번 더 찾아갔지만 안내 데스크에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장 비서는 부시혁이 윤슬을 대하는 것이 고유나를 대하는 것에 100분의 1도 미치지 못한 것 같아 한숨을 내쉬었다. 부시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이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부시혁은 친구인 것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전화기 너머로 젊은 남자의 방정맞은 목소리가 들렸다. “부시혁! 너 빨리 실시간 검색어 확인해 봐!” 부시혁은 친구가 왜 호들갑을 떠는지 몰랐다. 그리고 잠시 후, 부시혁은 핸드폰으로 검색어를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바로 윤슬과 남자 모델이 다정하게 찍힌 사진이었다. 한 명은 고개를 숙이고, 한 명은 얼굴을 젖힌 채 마치 키스하는 것처럼 보였다. 빨간색 기사 제목에 눈에 띄었다. 【충격! 인기 남자 모델, 부시혁 회장의 자리를 빼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