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5화 익숙한 느낌

'그렇구나.' 윤슬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읽은 줄 알았다. 그녀는 방금 뛰어서 헝클어진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그리고 소성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확실히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네요. 이렇게 친절한 사람인 줄 생각 못 했어요. 제 실례에 사과드리죠." 물론 그녀도 알고 있었다. 친절이란 말은 그저 듣기 좋게 하려고 한 말이었다. 왜냐면 이 친절한 얼굴 아래에 어떤 본성이 들어있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친절? 그런 것 따위 없었다. 전부 이 남자의 연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외모 덕분에 윤슬은 그를 마주할 때 별로 긴장하지 않았다. 소성은 마치 윤슬의 인사치레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처럼 온화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요. 오히려 제가 사과드려야죠. 죄송해요. 제가 비서 교육을 잘못해서 비서의 태도가 오만했네요. 방금 제 비서의 실례에 대해 사장인 제가 사과드리죠." 그는 이렇게 말하며 허리를 굽혔다. 그러자 윤슬은 얼른 그를 제지했다. "이러지 마세요. 이 사과를 감당 못 하겠네요." 윤슬은 이 남자가 지금 한 사과를 기억하고 나중에 되돌려줄까 봐 겁이 났다. 그래서 그를 말렸다.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이 미안하다고 하면서 허리까지 숙이는 건 그저 인사치레에 불과했다. 만약 그녀가 말리지 않는다면 소성은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틀림없이 이 일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말로 사과하는 건 상관없지만 정말 허리를 굽히게 하면 그건 상대방의 잘못이니, 미워하는 것도 당연했다. 아니나 다를까 윤슬이 말리자, 소성 얼굴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그는 곧게 선 채 허허 웃으며 말했다. "참 어른을 존중할 줄 아시네요." 윤슬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말씀하신 만큼 좋은 사람 아니에요." '일을 벌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내가 왜 널 존중하겠어? 꿈도 꾸지 마!' 이 사람이 부시혁의 어머니를 배신했다는 생각만 하면 소성과 원한이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