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익숙한 편지
“보지 마, 쟤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잖아. 그러면 혼자 있게 내버려 두면 돼.”
왕수란은 화가 나서 말하면서도 부시혁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걸 막지 않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부민혁은 그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머니란 이름으로 어떻게 마음을 독하게 먹을수 있겟는가!
부시혁도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위층으로 향했다.
“민혁아, 문 열어.”
부시혁은 부민혁의 방문 앞에서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렸다.
부민혁은 눈가가 빨개진 채 그를 쳐다보았다.
“형.”
“울었어?”
부시혁은 눈을 찌푸렸다.
부민혁은 팔을 들어 눈을 비비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울지 않았어.”
부시혁은 그런 그의 대답에 모른척하고 피식 웃었다.
“들어가서 얘기나 좀 할까?”
“들어와.”
부민혁은 부시혁이 방으로 들어올 수 있게 옆으로 비켜섰다.
부시혁이 방으로 들어가자 부민혁은 방문을 닫고 그의 뒤를 따라가 말했다.
“형, 형이 전에 엄마한테 잘 말해서 나 농구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 엄마가 매일 나더러 농구부도 탈퇴하고 시합도 참가하지 말라고 해. 내일모레면 U17원정 경기인데 훈련도 참가 안 해서 코치님 화 많이 나셨어.”
부민혁이 훈련에 나오지 않으면 그를 시합 명단에서 제명하겠다는 코치님의 전화가 조금 전에 걸려왔다.
부민혁이 어렵게 들어간 농구부인데 이렇게 빨리 제외당할 줄 꿈에도 몰랐다.
부시혁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너 농구하는 거 엄마도 동의했어. 그런데 왜 이렇게 생각이 빨리 바뀌신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 괜찮아. 형이 엄마한테 또 말해볼게.”
“말해 뭐해. 지금 된다고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안된다고 하면?”
화가 난 부민혁은 씩씩 거리며 침대에 걸 터 앉았다.
부시혁은 그의 책상에 기댄 채 말했다.
“괜찮아, 그땐 할머니를 모셔오면 되니까.”
부시혁의 말을 들은 부민혁은 눈앞에 한줄기의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맞다, 할머니가 오시면 되겠네. 엄마는 할머니를 제일 무서워하니까.”
말을 더 하려던 부시혁의 눈 밑에는 상우에 놓인 편지 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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